(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혁신’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까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규제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 운영을 하고 있는데다 고객과의 소통도 일반 은행보다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고객들의 대출 서류들을 콜센터 하청업체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마음대로’ 약관 변경...전자금융법 악용 사례
최근 토스뱅크는 영업 2개월만에 돌연 고객 혜택을 축소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5일부터 캐시백 지급 최소 결제 금액 기준을 300원에서 3000원으로 늘렸고 후불교통카드 캐시백 혜택 금액도 300원에서 100원으로 축소했다. 이밖에 편의점 제휴도 줄었고 월간 캐시백 한도도 축소됐다.
토스뱅크는 이를 ‘이용 약관’이 아닌 ‘이벤트’로 등록했다. 카드사가 약관을 변경하려면 최소 3년이 소요되고 변경 6개월 전까지 변경 사유, 변경 내용 등을 소비자에게 공지해야 하지만 토스뱅크는 이를 이벤트로 등록하면서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었다.
토스뱅크를 품은 토스도 최근 ‘전자금융법 악용 사례’로 금융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선불충전카드인 토스머니카드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고객들의 카드 유효기간을 무시했고 그 과정에서 약관을 변경하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통상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고객들의 서비스 유효기간동안은 서비스를 보장해야 하지만 토스는 전자금융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같은 조항이 없는 규제의 허점을 피해간 셈이다.
토스는 해당 서비스 시작에 앞서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은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경쟁력이 없어지면 마음대로 서비스를 종료해버리는 사례가 등장해버렸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가 더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사태를 두고 토스는 고객들의 민원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콜센터 직원이 고객 서류 관리…개인정보 관리 ‘허술’
개인정보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카카오뱅크는 대출자들이 제출한 소득증빙서류, 주민등록등본, 임대차계약서 등 개인정보가 담긴 중요 서류들을 1차로 하청업체 직원들의 손에 맡겼다.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인 ‘알바몬’에 ‘카카오뱅크’를 검색하면 카카오뱅크 대출 서류 검토 관련 모집 공고가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서류 접수 및 검토를 콜센터인 하청업체에서 모집된 직원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명의 휴대전화만 소지한다면 누구나 해당 공고에 지원이 가능하다.
NSP통신이 지난해 7월 취재했던 당시(2021년 7월 27일 [확인해보니]금감원, 카뱅 협력업체 직원이 ‘대출서류 확인’ OK…시중은행 “개인정보 위험” 제하의 기사 참고)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 대출한도가 상향됐고 이후 신청자들이 급증해 인력충원을 실시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이같은 방법으로 대출 서류를 관리하고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협력사 직원들이 시스템에 접근해 서류를 보긴 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칭 혁신 ‘전자민원’에 고객들 ‘답답함’ 호소
통화를 할 수 없는 소통구조도 고객들의 불만을 가중한다. 인터넷은행들의 소통창구가 온라인으로 일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들이 불편사항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려면 카카오뱅크 모바일앱(App)이나 카카오뱅크 PC사이트 내 ‘전자민원’ 창구를 이용해야 한다. ARS 전화 서비스나 팩스, 방문은 불가능하다. 카카오톡상담이나 전화상담은 민원이 아닌 단순 업무 관련 문의 창구일 뿐이다.
케이뱅크도 전자민원 신청을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하다. 앱에서는 불가능하고 PC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단순문의의 경우 ARS나 챗봇(모바일 채팅), e메일 접수가 가능하다. 그나마 토스뱅크의 경우 피해·사기 상담과 일반상담 전화번호를 나눠 24시간 ARS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업계 “불공정한 게임”…소비자 “금융당국도 책임 있다”
이같은 인터넷은행의 행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은행과 비교했을 때 기존 금융사들은 불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대출 서류 담당자를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모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유로 규제들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가 기존 카드사와 인터넷은행에 서로 다르게 적용돼 공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온라인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카카오뱅크의 대출 서류 관리에 대해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서류를 챙기는 것은 위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고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절차상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고객과의 소통이 불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기 때문에 은행 내부의 시스템을 고치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여신전문업 관계자는 “애초에 허술한 전자금융법을 통과시킨 금융당국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행들이 마음대로 영업을 하도록 눈감아주는 것”이라며 “인터넷은행들이 이같은 행동을 못하도록, 투명한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이 아무리 중요해도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마음대로 바꾸는 행동을 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가기 때문에 이같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돼야 한다”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행위들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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