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우리은행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자산관리 드림팀’ 출격 등 불쏘시개를 아무리 써봐도 ‘금융사고’가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수 차례 금융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업금융 구원투수 조병규, 실적 점수는 높지만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순이익 1위 은행”이라는 당찬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그가 걸어온 길에서 나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중소기업전략팀, 본점 기업지점장 등의 직책을 맡았고 상일역지점 지점장 시절 1등 점포를 기록하는 등 기업금융에서 역량을 드러냈다.
조병규 행장은 취임과 함께 중소기업 맞춤형 금융서비스 ‘BIZ프라임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기업금융 특화채널’ 구축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하는 등 기업금융 성장에 몰두했다. 이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기업금융 점유율 1위 달성을 위한 중장기 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실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2분기 161조원에서 3분기 168조원, 4분기 170조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이후 조병규 행장 취임 1년만에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 6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182조 9370억원으로 1년새 7.31% 늘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의 치열한 자산관리 경쟁 속에서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전문 은행으로의 도약을 위해 올해 3월에는 ‘자산관리 드림팀’도 출격했다. “아이유의 자산관리도 동그라미”라며 전문성에 자신감을 드러낸 함영진 랩장을 포함한 스타 자산관리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자산관리 드림팀’을 통해 자산관리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문제는 ‘내부통제’…이원덕 이어 조병규도 물러날까
이같은 성과에도 조병규 행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 ‘내부통제’다. 조병규 행장이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만큼이나 강조했던 것이 ‘신뢰 회복’이다. 그는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과 명확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객이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이은 초대형 금융사고와 전임 회장이 연계된 부당대출까지 터져 신뢰에 금이 갔다. 그가 취임한 이후 올해 6월 김해금융센터에서 대리급 직원이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조작해 약 1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했다.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드러난지 2년만이다.
조 행장은 해당 사건 직후 인사 조치와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시행, 준법감시인 교체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700억원 횡령사건과 마찬가지로 동일 부서 장기근무 및 대내외 문서 등록·관리부실 등 내부통제 부실에서 비롯된 문제라 신뢰 회복은 어려웠다.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연계 부당대출 사건이 터져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초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 총 616억원의 대출을 제공했고 그중 약 350억원이 부당대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로도 확산된 해당 부당대출에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시기에 55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도 드러났다. 외부인이 허위 서류를 제출해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규모가 큰 금융사고들이 연이어 터져나오자 금융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관련해 우리은행이 올해 1월 내부감사에서 정황을 발견했으나 금감원에 즉각 보고하지 않고 4개월가량 지연했고 이에 대해 금감원이 지적하자 보고 의무가 아니라며 검사결과를 반박, 금감원이 또 재반박 자료를 낸 뒤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우리은행의 대출 취급 의무보고와 관련해 “법령 규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의 해석이 우선”이라며 금감원의 보고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법 위반으로 조병규 행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도 내부통제 문제로 취임 1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권은 이 사례가 조병규 행장과 닮아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조사나 수사 결과가 나오면 나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1차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후보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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