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금융권이 ‘녹색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지만 일명 ‘그린워싱’ 논란이 따라붙는다. 그린워싱은 ‘녹색 세탁’으로 무늬만 친환경이지 실제론 친환경과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K텍소노미’ 즉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도입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 K-텍소노미란?
정부는 그린워싱을 근절하고자 2022년 9월 ‘녹색분류체계(K-텍소노미)’ 개정안을 공개했다. 2021년 12월 발표한 녹색분류체계를 크게 바꾼 개정안이다. K텍소노미에 기여하는 녹색채권이 ‘한국형 녹색채권’이다.
K-텍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하고 다른 환경목표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같은 기준으로 인해 일반 녹색채권보다 한국형 녹색채권이 더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K-텍소노미에 따른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을 위한 지원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실시된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따르면 기업은 녹색채권 발행 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3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약 5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녹색채권 발행액(7조원)의 80% 수준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지원과 ESG공시의무화로 인해 녹색채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더 커졌다. K-텍소노미로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텍소노미를 통해 외부검토, 사후보고 등의 추가절차도 요구돼 기존 녹색채권보다 발행이 까다롭고 그린워싱(녹색위장)도 방지할 수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형 녹색채권은 발행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행자는 녹색채권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절차를 통해 발행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K-텍소노미 신뢰 업은 ‘한국형 녹색채권’, 은행권도 발행↑
정부가 지난 2021년 K-텍소노미를 발표해 녹색경제활동의 원칙을 엄격히 한 이후 은행권은 이에 맞춰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발행된 녹색채권 신규상장금액은 7조 4051억 5400만원이다. 전년(5조 8610억원) 대비 약 1조 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그중에서도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은행권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발행금액은 총 6650억원이다.
신한은행은 2022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한 이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발행된 녹색채권 중 1000억원은 태양광·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500억원은 전기차 구입 대출에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엔 BNK부산은행과 산업은행이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4월 30일 1000억원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연 4.37% 금리로 발행했다. 이번 녹색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폐기물 처리시설 및 대기오염방지시설 등 환경개선 시설자금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1일 5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은행권 기준 역대 최대 발행 규모로 발행금리는 연 3.54%다. 조달자금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검증을 득한 이차전지 소재산업, 친환경운송, 자원순환 등 녹색금융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산은은 사용내역과 환경개선 기여도에 대해 자금 사용이 완료될 때까지 나이스신용평가의 검토를 거쳐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한다.
이와 관련해 녹색채권 발행과 투자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금리가 연말, 연초 급격히 하락했고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회사채 발행 시장 호조 영향과 녹색채권 발행 지원사업으로 일반 기업 ESG채권 발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과 글로벌 ESG공시체계 확립, 신흥시장 ESG발행규모 증가 등으로 ESG채권발행의 완만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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