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편집자주]“고객님 당황하셨어요?”라는 어설픈 한국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한 방송사의 개그프로그램 꽁트 대사다. 그러나 이제는 보이스피싱이 어색하지도, 어설프지도 않다. 자녀사칭에 오픈뱅킹까지 악용하며 더욱 치밀해진 보이스피싱 범죄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이스피싱 누적 발생건수는 총 27만 8200건, 누적 피해액은 4조원에 달했다. 이에 보이스피싱 뿌리를 뽑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없는지, 또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각 사회 구성원들이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보이스피싱 관련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국민들도 알면 당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 홍보, 의지가 부족한게 문제”

‘그놈 목소리’가 현재까지도 보이스피싱의 대명사로 불린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 금융감독원 재직 당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실제 통화 녹음본을 ‘그놈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공개해 히트르 친 것. 3개월간의 홍보로 피해금액이 35%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스피싱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돼 예측과 예방이 그 속도를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불특정다수인들에게 내놓은 금융정책의 특성상 범죄자들이 사기행각을 벌이기에도 쉬운 구조”라며 “지금은 금융정책을 내놓을때마다 보이스피싱에 속지 말라는 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할 정도로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예측과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범죄자들의 지능적이고 교묘한 수법에 대한 신속하고도 반복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국민들도 알면 당하지 않기 때문에 알게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의지가 부족하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오픈뱅킹·마이데이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금고 오픈”

조 원장은 특히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 하나의 앱에서 전체 금융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들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송금·결제망을 표준화시키고 개방해 하나의 앱(App)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 결제,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데이터역시 금융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은행 계좌뿐 아니라 보험, 카드 정보 등 금융데이터를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편리함속에는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조 원장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금고를 오픈시킨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하면 해커들에게 좋은 ‘밥’이 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에서는 상품을 내놓는 열정보다 열 배는 보안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개인차원 넘어 사회 그간 흔든다”

보이스피싱은 이제 개인의 영역을 완전히 넘어섰다. 국가기관을 사칭하고 국가 정책으로 둔갑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국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이는 곧 사회 시스템의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

조 원장은 “제가 10년이 넘도록 보이스피싱 피해방지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잘 살건 못 살건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범행 대상을 가리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절대 개인의 책임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되며 국가적인, 범 사회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사회 구성원들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시민단체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활동으로 피해 예방에 나서야 하며 금융기관은 거래 고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포통장 발행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고 거액 현금인출 요구시 자금용도를 ‘귀찮을 정도’로 캐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예방하는데 기여한 직원에 대해서는 넉넉한 포상도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은 건전한 금융질서 유지 차원에서 적극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이어가야 하며 제도적인 개선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