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편집자주]“고객님 당황하셨어요?”라는 어설픈 한국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한 방송사의 개그프로그램 꽁트 대사다. 그러나 이제는 보이스피싱이 어색하지도, 어설프지도 않다. 자녀사칭에 오픈뱅킹까지 악용하며 더욱 치밀해진 보이스피싱 범죄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이스피싱 누적 발생건수는 총 27만 8200건, 누적 피해액은 4조원에 달했다. 이에 보이스피싱 뿌리를 뽑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없는지, 또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각 사회 구성원들이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보이스피싱 관련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리 직원들도 ‘이거 가짜겠죠?’라고 물어볼 정도로 정교하다”
송재철 NH농협중앙회 상호금융소비자보호부 전화사기대응팀장은 NSP통신과 만나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역설했다. 송 팀장은 지난 2020년부터 전화사기대응팀장을 맡아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4800개 지점 직원들을 직접 지도해왔으며 2021년 경찰청장 감사상 수상, 2022년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기도 한 ‘베테랑’이다.
그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뛰는 현장에선 하루 평균 직원들의 문의가 20~30통이 온다. 코로나19 지원금 정책이 발표됐을 때, 연말정산 시기가 다가왔을 때, 대출금리가 올랐을 때 등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기법이 등장한다. 이후 이를 조심하라는 금융당국의 경고가 뒤따르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전문가들”이라고 말했다.
송 팀장은 “영화 ‘보이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실제 그들도 상황에 맞게 시나리오를 짜고 그들이 유도하는 쪽으로 피해자들을 이끈다”고 말했다. 즉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범죄자의 대결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일반인과 전문가 집단이 부딪힌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을 선물해주는 것, 보이스피싱 안일함 보여준다”
그가 현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 점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생각보다 사회적으로 안일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대포폰을 만들기가 매우 쉽다는 점이 문제다. 송 팀장은 “요즘 TV광고를 보니까 스마트폰을 연인에게 선물해주더라. 그러면 상대가 모르게 휴대전화를 개통했다는 건데 그게 곧 대포폰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의 신분증이 있고 휴대전화가 있다면 그 다음은 비대면 통장을 만들고 계좌 개설을 한 다음 오픈뱅킹에 가입해 그 사람의 은행 계좌 정보들을 다 빼오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휴대전화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휴대전화 개통이 쉬울 정도로 아직 사회에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성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TV광고부터 스마트폰 기업까지 한 마음으로 나서야”
송 팀장은 “은행이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하면서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비율이 75%에서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이는 은행이 할 일은 다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지금까지는 보이스피싱을 은행 책임으로만 미뤄왔지만 이제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통신사, 방송사 등도 보이스피싱 관련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V3처럼 기업에서 자원해 보이스피싱을 감지하는 기능의 앱(App)을 탑재해야 한다”며 “신분증 사본만 가지고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것은 범죄를 막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딱 3분이면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소개하는데 충분하다”며 “방송사에서도 보이스피싱 수법을 투명하게 보여주면 국민들이 금방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금융감독원의 ‘그놈목소리’와 같이 업데이트되는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업데이트 되는 대로 자주 미디어를 통해 노출해야 국민들이 이를 알고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도 ‘보이스피싱이구나’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컨트롤타워가 없고 금융위원회에도 금융감독원에도 이것만 전담하는 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부서가 이동되는 점도 보이스피싱 전문팀을 키우기에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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