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 옥한빈 기자)

(서울=NSP통신) 옥한빈 기자 = 라면업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맛’보다 ‘익숙한 이름의 재해석’이 더 강력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농심이 ‘신라면 골드’가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히며 ‘클래식 변형’ 마케팅 전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삼양식품과 오뚜기 역시 기존 스테디셀러를 변주한 신제품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라면 3사(농심, 삼양식품, 오뚜기)의 공통점은 모두 브랜드 자산이 확실한 대표 상품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확장’이라는 점이다. 이에 이들이 가장 최근 선보인 클래식 변형 제품의 성과를 가지고 비교해봤다.

◆판매 성과로 증명된 전략…신라면 골드 ‘압도’, 오뚜기는 ‘글세’

(왼쪽부터) 농심의 신라면 골드, 삼양식품의 삼양1963, 오뚜기의 더핫 열라면 제품 이미지 (사진 = 각 사 제공)

농심은 올해 1월 2일 출시한 ‘신라면 골드’를 통해 한 달 만에 1000만 개 판매라는 성과를 냈다. 삼양식품의 ‘삼양1963’은 출시 약 한 달 만에 누적 700만 개를 판매했고 오뚜기의 ‘더핫 열라면’은 출시 3주 만에 200만 개 판매를 기록했다. 더핫 열라면은 단순계산으로 4주치로 늘려 계산했을 때 약266만 개로 300만 개 판매에 못미치는 수치가 나온다.

출시 시점과 집계 기준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세 제품 모두 단기간에 의미 있는 판매량을 쌓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신라면 골드는 기존 신라면의 매운맛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닭육수 기반으로 풍미를 확장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아닌 ‘익숙한 브랜드의 업그레이드’라는 인식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

소비자들은 신제품을 찾되 ‘낯선’ 것이 아닌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라면업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짜파구리 ▲순두부열라면 ▲불닭게티 등의 조합과 ▲신라면 블랙 ▲진라면 약간매운맛 등의 변형(베리에이션) 제품들이 등장했다.

이에 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맛을 소개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라며 “이미 농심에서도 많은 신제품들이 출시돼 왔지만 성공여부는 늘 미지수였기에, 기존 성공 브랜드의 시스터 브랜드를 만들면서 진입장벽은 낮추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기에 최근 레트로에 대한 향수가 인기를 끌며 오래된 전통 브랜드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며 “라면을 먹는 소비자들의 입맛은 절대적으로 보수적이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다”고 말을 더했다.

◆같은 변형 마케팅에 다른 가격콘셉트…‘삼양식품 프리미엄 시도 vs 오뚜기 접근성 유지’

가격 전략에서도 각 사의 성격이 드러난다. 신라면 골드는 봉지당 1320원, 삼양1963은 1537원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반면, 오뚜기 더핫 열라면은 1145원으로 기존 열라면의 가성비 이미지를 유지했다. 오뚜기의 기존 클래식 버전인 진라면도 1봉지당 796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꾸준하게 접근성과 가성비 콘셉트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신제품 간의 판매실적 차이가 벌어진 것은 라면은 단순히 저렴하기만 해서 되는 제품군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라면 자체가 마진율 자체가 매우 낮은 품목이기에 대규모의 박리다매가 가능하지 않다면 가격을 높이면서도 그에 걸맞은 정체성(아이덴티티)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 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신라면의 저력…브랜드 파워가 신제품 성공을 뒷받침

(왼쪽부터) 브랜드 스탁이 선정한 2025년 종합 100대 브랜드 순위표 갈무리, 데이터앤리서치의 2025년 3분기 봉지라면 관심도 추이 (그래프 = 각 사 제공)

이 같은 전략이 특히 농심에서 강하게 작동한 배경에는 ‘신라면’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다.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25년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신라면은 라면 업계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8위를 기록했다. 삼성 갤럭시, 카카오톡, 유튜브 등 초대형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결과다.

또 데이터앤리서치가 집계한 ‘2025년 3분기 봉지라면 관심도’에서도 신라면은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신제품 성공이 단기 마케팅 효과가 아니라 기존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와 관심도가 그대로 전이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에 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특히 국내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한다”라며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라면이라는 음식 자체가 낯설고, 국물을 떠먹는 문화가 거의 없어서 불닭볶으면이 흐름을 탈 수 있었던 반면에 국물을 베이스로한 전통적인 라면은 국내에서 뿌리가 매우 깊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변화를 좋아하기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제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다”며 “품질 자체가 뛰어난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진짜 시장에서 원하는 변화는 재미가 있거나 설득력있는 스토리가 있는 경우이다”고 덧붙였다.

NSP통신 옥한빈 기자(gksqls010@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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