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행동, 묵은 풍속·관습·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금융업의 ‘혁신’으로 관심이 집중됐으나 최근 금융업계 안팎에서 “카카오뱅크에 더 이상 혁신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비대면’에는 구멍이 있다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서비스’라는 혁신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 ‘완전 비대면’ 속 대면 서비스 과정이 속한 구조 등 구멍이 많았다.
카카오뱅크는 고객들이 은행 창구 방문 없이도 ‘쉽고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확인해보니 카카오뱅크는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통해 모집된 콜센터(해피콜) 하청 직원들에게 고객들의 대출 서류 접수 및 확인 업무를 맡겼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직원들이 직접 개인정보가 담긴 시스템에 접근해 고객들의 소득증빙서류, 주민등록등본, 임대차계약서 등 서류들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 이에 카카오뱅크의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NSP통신 2021년 7월 27일 기사-[확인해보니]금감원, 카뱅 협력업체 직원이 ‘대출서류 확인’ OK…시중은행 “개인정보 위험” 참고)
또 카카오뱅크는 ‘완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알렸지만 이는 ‘완전’이라 보기 어렵다.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은 챗봇과의 대화창을 통해 한도 조회부터 대출 실행까지 마무리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근저당권설정과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는 카카오뱅크와 제휴된 법무사에서 직접 고객의 이사 현장에 방문해 처리한다. 즉 ‘완전 비대면’은 아니다.(NSP통신 2022년 3월 11일 기사-은행대출, 카카오뱅크 ‘현실타협’·케이뱅크 ‘간보기’·토스뱅크 ‘무조건 비대면’ 참고)
처음 등장부터 ‘혁신’이라 내걸었던 서비스도 빛이 바랬다. 공동인증서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점,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수수료 무료 서비스도 타 시중은행들이 금융인증서 출시와 수수료 우대조건 완화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진출에도 따라붙는 꼬리표 “혁신 없을 것”
카카오뱅크가 신용카드업계 진출 의지를 밝히면서 ‘카카오카드’가 메기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들면 소비·결제 등 금융소비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물꼬를 틀 수 있을뿐 아니라 카드론 등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업계는 “카드업계는 혁신을 찾기가 쉽지 않아 카카오뱅크도 새롭게 혁신적인 것을 내놓기 어려울 것 같다”며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카드업계 자체가 ‘혁신’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금융소비자들이 여러 가지 카드를 혜택별로 사용하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신용카드의 출현이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NSP통신 2022년 8월 10일 기사-[들어보니]윤호영, 카카오뱅크 신용카드 출범의지…카드업계 “영향 미미‧혁신 없을 것” 참고)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민원 처리의 불편함도 ‘메기’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일단 지점이 없어 사람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메일이나 통화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즉각적인 답변이 어렵고 고령층의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면 기본적인 고객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자이익은 늘었지만 비이자이익 감소…“시중은행과 차별화 부족”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4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1%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이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여수신과 같은 은행 고유 업무로 이익을 내고 있지만 타 업계와의 제휴나 독창적인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사업에서 오는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시중은행과 차별화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외적 영향 등으로 일시적으로 비이자수익이 감소할 수 있지만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로 제휴사를 늘려가며 플랫폼 수익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아직은 연결하지 않은 상품서비스가 훨씬 많아 향후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5년째인데 지금까지는 가계대출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연내 개인사업자 대상 금융상품도 출시하며 기업금융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 당시 “고객이 많이, 자주 사용하면 그것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과의 차별화된 점을 보이기 위한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윤 대표가 말하는 ‘혁신’도 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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