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강수인 기자)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퇴임을 하루 앞둔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마지막 메시지는 “양극화 속 통화정책은 교과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움직이는 기존 중앙은행 공식이 지금 한국 경제에서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11일 신 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지난 4년간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반복적으로 냈던 배경으로 ‘경제 양극화’를 지목했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이 성장률과 수출을 끌어올리지만 경제 대부분은 여전히 침체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 전체 숫자를 소수 섹터가 결정하는 상황”이라며 “헤드라인 성장률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는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신 위원은 “교과서에서 말하는 성장과 물가의 상충 관계가 현재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당 부분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물가 압력도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실물경제 부담을 덜기 위한 완화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는 재임 중 총 7차례 소수의견을 냈는데 대부분 금리 인하 주장에 가까웠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며 “지금 다시 의사결정을 한다면 예전보다 훨씬 더 물가를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한국은행의 정책 판단을 다시 물가 중심으로 돌려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신 위원이 마지막까지 강조한 또 다른 화두는 ‘금융시장 쏠림’이었다. 그는 최근 원화 약세와 환율 불안의 배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와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를 꼽으며 “한국 금융시장이 고성능 자동차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충격을 흡수할 브레이크와 에어백도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국제금융시장과 연결고리가 강해질수록 쏠림 현상 강도도 커질 수 있다”며 “정책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어떤 수단을 갖고 있는지 시장이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중의 지혜가 한순간에 군중의 광기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며 외환·금융시장 충격 대응 체계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높은 저축률 문제도 꺼냈다. 그는 한국 경제를 “가난하게 살다가 큰 자산을 남기고 떠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집 마련과 노후 대비를 위해 과도한 저축이 이어지면서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을 사기 위해 원리금을 갚는 것도 일종의 저축”이라며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저축하고 잘 소비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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