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동사태로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은행은 당분간 통화정책을 중립 기조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또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올 3월 들어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금리 및 환율이 중동리스크로 인해 경제 펀더먼털에서 괴리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있는데 이는 국내에도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 기조는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압력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공급측면에서는 AI투자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에 따른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천연가스, 비철금속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최근 중동지역의 리스크 증대로 국제유가가 큰 폭 상승했다. 이같은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물가 상승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미국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관세대상 품목이 확대되거나 관세율이 더 높아질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
◆과거보다 더딘 민간소비 회복세
최근 민간소비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진입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보다는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우리경제는 과거보다 구조적 취약성에 더 크게 노출돼 있어 거시경제여건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이전보다 약화됨에 따라 향후 소비 증가세는 과거 점진적 회복기 대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IT 부문은 자본집약도와 생산 과정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작고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이에 수출 확대가 가계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의 효과가 과거보다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세를 이어온 주식의 경우에도 높은 가격 변동성, 주가 상승의 영향이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 집중, 높아진 기대수익률에 따른 현재 소비의 기회비용 확대 등으로 부의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가계는 최근의 경기 개선을 항구적인 소득 증대보다는 일시적인 여건 개선에 가깝다고 받아들여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현재 소비의 확대로 이어지는 경로가 과거보다 위축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계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 거시건전성 규제의 영향으로 둔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도권 주택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다 최근 다소 둔화됐다.
한은은 “서울 핵심지에 집중됐던 상승세가 여타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3차례 주택시장 과열 시와 달리 올해 들어 서울 핵심지보다는 서울 여타지역 및 경기 주요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신규 입주물량 축소,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가격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 수요를 자극하고 주택 매매가격 하락을 제약해 향후 가계대출 증가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중동사태가 진정되면 시장금리가 하향안정화될 것”이라며 “다만 중동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시나리오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엔 완화를 위해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적인 입장”이라며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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