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NH농협은행)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무난하게 연임될 것이란 분위기 속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온도를 달리하고 있다. 부당대출과 금융사고 등의 이유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압박까지 더해지며 이 행장 역시 연임에 도전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선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내부통제 능력’에 대해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냐부통제 부실로 이미 국정감사에도 출석했지만 이후 또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농협은행에서 드러난 금융사고만 총 6차례에 달한다. 금액만 해도 약 430억원 규모다. 최근 추가된 신입사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횡령 사고는 여전히 ‘사실 확인 중’이다.

지난 2월 허위 매매 계약서를 활용한 109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사고가 알려졌고 3월엔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배임 사고가, 5월엔 공문서 위조 업무상 배임 및 분양자 대출 사고 등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상반기에만 3차례에 걸쳐 약 173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하반기에도 금융사고는 이어졌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직원이 117억원 규모의 돈을 빼돌린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14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2일 드러난 횡령 사고는 2023년 입사한 직원이 ATM에서 시재금 24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현재 농협은행 감사팀에서 사실 확인 중이다.

올해 농협은행이 내부통제 관련 지적을 받은 것만 해도 두 번째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지난 4월 정기검사를 진행하며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 관활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해질 소지가 있다”며 “금융사고에 따른 NH농협은행 손실과 소비자 피해 발생 등으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후 6개월 뒤 국정감사에서도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후속 조처가 부실했다는 증거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은행에서 올해 8월까지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그 액수도 293억2852만원에 달한다”며 “이는 내부통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단초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런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는 농협의 부실한 내부 관리 대책이 한 몫 한다”며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행장은 취임 당시 내걸었던 가장 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 지난해 3월 ‘청렴 농협’을 강조하며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농협은행이 되기 위해서 임직원 모두가 3행 3무 실천운동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며 “다양한 윤리경영 활동을 전개해 깨끗하고 청렴한 농협은행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3행 3무는 실천해야 할 3가지 항목(청렴, 소통, 배려), 근절해야 할 3가지 항목(사고, 갑질, 성희롱)을 뜻한다.

이와 함께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역시 지난 5월 금융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금융지주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다.

최근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로 교체가 결정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검찰과 금융당국은 조 행장이 이를 알고도 금융당국에 보고를 지연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로 명시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 우리금융 이사들은 정례회의에서 조 행장의 연임이 불가능하다고 뜻을 모았고 이후 조 행장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말 그대로 ‘먹통’이 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로 인해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차기 농협은행장에 대한 하마평이 돌기도 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들은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 쵱쳥식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다.

한편 오는 12월 중 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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