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우리은행에서 지난 9월 5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엔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앞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조 행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연달아 터진 금융사고에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전방위 압박까지 더해져 올 연말 임기가 마무리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에 강한 적신호가 켜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우리은행본점 사무실과 대출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과 10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자택과 우리은행 본점, 전현직 관계자의 주거지 등을 포함해 이번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조 행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조 행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12조 ‘보고의무 위반’이다. 검찰은 조 행장이 취임 전 부당대출이 이뤄졌지만 취임 후 이를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로 인해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정기검사 기간도 일주일 연기됐다. 당초 내년에 정기검사가 예정돼있었지만 올해로 앞당겼고 지난 15일로 정기검사가 끝났어야 했지만 기간이 연장된 것은 금감원이 고강도 검사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 해석된다.
지난 18일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이후 “우리금융 전직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안과 관련해 그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찰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검찰과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앞으로도 검찰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악재에 또 악재…올 들어 4번째 금융사고
이에 앞서 지난 15일 우리은행은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외부인에 의한 허위서류제출에 따라 발생한 사고다. 사고 발생일은 지난 3월 14일이며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다. 우리은행은 제보를 받은 후 자체조사를 통해 해당 사고를 발견했다.
이번 금융사고로 우리은행에서는 올해만 4번에 걸쳐 금융사고가 공시됐다. 지난 6월 경남 지김해 지역의 한 영업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했다. 이후 조 행장은 인사 조치와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시행, 준법감시인 교체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지난 8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연계 부당대출 사건이 드러났다.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이 취급됐고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를 대상으로 이뤄진 162억원의 대출을 포함하면 총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그중 약 350억원의 경우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부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사고에 대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올초 내부감사에서 정황을 발견했지만 금감원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고 이를 금감원이 지적하자 보고 의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즉시 재반박 자료를 내며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9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씨와 대출을 해준 임 모 우리은행 전 본부장 등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조 행장은 해당 사건이 터져나온 후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은행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조 행장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단절시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임직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스트라이크아웃(One Strike Out)제도를 실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조 행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발견된 부족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다시 한번 원점에서 검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는 두 차례 더 발생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연계 부당대출로 시끄러웠던 기간에 55억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또 발생했고 25억원 규모의 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두 사고 모두 외부인에 의한 사기혐의(허위서류 제출)다.
이처럼 금융사고 발생과 내부통제 개선 약속, 이후 또 금융사고 발생의 반복으로 신뢰가 추락하자 조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적신호가 켜졌다.
오는 22일 우리금융지주의 정기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 이사진은 최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비공개로 열어 차기 행장 후보 선임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연계 부당대출에 대해 강도 높은 검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M&A나 최근에 나온 우리투자증권도 힘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오는 22일에 열릴 이사회는 연초에 일정이 잡힌 임시이사회”라며 “조 행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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