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로이터)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내돈내산’ 문화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퍼져 나가고 금융투자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등 10대들이 경제생활의 주체로 떠오름에 따라 은행권도 10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9일부터 수신상품 8군에 대해 가입 연령을 기존 만 17세에서 만 14세로 낮췄다. 기존에 ‘미니(mini)’라는 청소년 전용 서비스가 있었지만 이는 실명계좌가 아닌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수단’ 관련 서비스라 미니 고객은 실명계좌가 필요한 수신상품 가입이 불가능했다.

이번 수신상품 가입 연령 확대로 카카오뱅크는 ▲입출금통장 ▲세이프박스 ▲저금통 ▲기록통장 ▲정기예금 ▲26주적금 ▲한달적금 등의 가입 가능 연령을 기존 만 17세에서 만 14세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미니 서비스에서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저축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 뷰티 플랫폼 ‘CJ올리브영’과 손을 잡고 ‘26일 저금’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카카오뱅크는 배달의민족, 메가박스, 멜론, 올리브영, GS25, 롯데월드와 제휴해 저금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청소년들은 매일 500원에서 2000원까지의 저축 금액을 설정해 26일간 저금할 수 있다. 저금 성공 여부에 따라 해당 플랫폼의 할인쿠폰이나 보너스 캐시 등을 받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0대 고객들이 직접 쇼핑을 하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등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며 “10대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과 제휴해 저금을 하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며 제휴처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 역시 만 7~18세를 대상으로 하는 ‘틴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틴즈 안에서 10대 고객들은 ‘토스 유스카드’를 통한 소비, ‘저금통’으로 저축, ‘토스 모의주식투자’를 통한 투자, ‘머니 스터디카페’를 통한 금융교육까지 경험할 수 있다. 일찍부터 토스에 길들이는 방식으로 미래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토스뱅크도 지난해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토스뱅크 아이통장’을 선보였다.

◆청소년, ‘금융 소비 주체’로 떠오르다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1가구당 1자녀를 낳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흔해지다 보니 이른바 ‘텐포켓’(돈 나올 지갑이 열 개인 아이)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10대 청소년들이 금융계의 잠재적 큰손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에서 모은 돈을 투자해 더 큰 목돈을 마련하고 유행에 따른 소비활동을 하는 투자와 소비 주체가 된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지난 7월 13세 이상 19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인터넷 포털(네이버·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만여개의 금융 키워드 중 가장 많이 검색한 것은 ‘돈 벌기’로 나타났다. 또 ‘채권 뜻’, ‘예금적금 차이’, ‘신탁 뜻’ 등 금융 용어에 대한 검색도 많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 역시 10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밈(Meme)’, 우리은행의 ‘우리틴틴’, 하나은행의 ‘아이부자’ 등 각각 청소년 전용 서비스를 내놓고 잠재적 큰 손인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실시, 10대 고객에 대한 상품 다양화와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광고모델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 과거 은행권의 광고모델은 기성세대에 맞춰 ‘신뢰감’을 우선순위에 두고 선정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배우 차인표, 축구선수 박지성, 방송인 고(故) 송해 등이다. 그러나 최근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들을 앞세우고 있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등이 은행 광고에 등장해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당사의 앱을 접하고 이 안에서 금융교육, 게임, 저축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경험하며 앱에 오래 머물도록 해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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