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3연임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등 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정면 돌파하고 조직문화 혁신, 디지털 금융 강화, 상생금융 등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모든 내용을 지켜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31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를 개시했다.

이 행장은 2022년 1월 취임 후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초 1년 연임했다. 통상 은행권 CEO(최고경영자)의 임기는 기본 2년에 한 차례 연임을 통해 추가로 1년이 부여되는 ‘2+1’ 형태이지만 최근 10년간 KB국민은행에서는 이같은 공식이 지켜지지 않아 이 행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위기엔 정면 돌파…실적 ‘성과’

이 행장이 2022년 1월 취임 당시 내걸었던 약속들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모델 강화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창출 ▲사회적 책임 등이다. 이후 지난해말 홍콩ELS 사태를 겪은 이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님들의 소중한 자산을 성실하게 지켜드리고 늘려 드림으로써 신뢰를 높여 나가는 것이 은행 경영의 최우선 과제”라며 ‘고객 싱뢰 향상’을 강조했다.

실제 이 행장의 임기에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있었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고 발빠른 대응으로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섰고 이와 함께 실적 방어와 손실 회복을 위한 돌파구 마련까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규모는 약 8조원으로 타 시중은행이 1~2조원 판매한 것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라 국민은행은 ‘홍콩ELS 최대 판매사’라는 오명을 떠안기도 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올 1분기 6820억원의 홍콩ELS 배상 충당금을 적립했고 고객 보상에 적극 대응했다. 이 여파로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급감했으나 2분기엔 20.4% 증가해 빠르게 회복했다.

이에 더해 국민은행은 고객 신뢰 회복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은행의 컨트롤타워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행장이 위원장이다. 주요 임원들과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된 비대위를 꾸려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금융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함이다. 비대위는 핵심성과지표(KPI) 대신 고객의 문제해결, 고객 니즈 충족 등이 담긴 새로운 CPI(고객성과지표)를 도입하고 AI(인공지능)을 이용한 ‘내부통제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국민은행은 브랜드이미지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해 지난 6월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이 전년 대비 4.5% 늘어난 153조 1000억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1.4%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예금과 대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고객과의 신뢰가 여전함을 증명해냈다는 평가다. 2022년 취임 후 이 행장은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성장으로 호실적이 전망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 = KB국민은행)

◆‘디지털 넘버원 은행’ 실현…비이자이익 확대와 상생금융까지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비대면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 나가겠다”며 “KB국민은행 성장의 핵심 근간인 영업점의 세일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직원들이 공모에 응해주신 ‘9 To 6 뱅크’의 성공적 정착 등으로 대면 영업의 패러다임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의 앱(App) KB스타뱅킹은 지난 6월 기준 월간활성고객(MAU) 1240만명을 넘어서며 은행권 앱 MAU 1위를 차지했다. KB스타뱅킹 이용 만족도 향상을 위해 꾸준히 고객의 의견을 받아 모니터링 및 개선을 이어온 결과다.

또 ‘KB스타뱅킹’의 지속적인 서비스 강화와 함께 고객센터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6월 신개념 영업 채널인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 이용으로 고객은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대면 채널 수준의 상담은 물론 상품 가입도 가능해졌다. 서비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일반 영업점 업무시간보다 길게 운영하여 접근성도 높아졌다.

대면 채널의 경우 저녁 6시까지 영업하는 ‘여섯시 은행(KB 9To6 Bank)’를 전국 82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금융투자자문 서비스를 내놨다. 고액자산가 특화 점포에서 제공되는 금융투자자문 서비스로 고객에게 수수료를 수취, 자산운용을 자문해주는 서비스다. 단순히 투자상품 판매가 아닌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영업이 이뤄져 특정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포트폴리오 내 다른 자산으로 만회가 가능해 고객에겐 보다 체계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수수료수익 성장, 비이자이익 확대를 이뤄내고 신뢰 역시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행장은 상생금융에 대한 약속 역시 지켰다. 국민은행은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인 총 3721억원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공통 프로그램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지원에 3005억원, 자율 프로그램에 716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 2월에는 약 26만명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자 캐시백을 지원했다. 이 행장은 재임 기간 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개편하고 지난해엔 ‘상생금융협의회’도 신설했다.

◆남은 과제는 ‘해외실적’ 개선

이 행장에게 남은 가장 큰 과제는 해외실적 개선이다. 국민은행의 해외법인은 올 상반기 1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아픈 손가락’인 인도네시아 법인(KB뱅크)의 타격이 크다. 이미 부실채권이 많았던 부코핀은행을 인수해 2019년 59억원, 2020년 434억원, 2021년 2705억원의 적자를 연달아 기록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내년을 인도네시아법인 정상화 시점으로 삼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대기업 및 국영기업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신규 여신을 공급하고 있고 판관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년 대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정상화 추진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하반기에도 주요 로컬 은행과의 공동 주선 IB 여신을 확대해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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