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오금석 기자 = 한국은행은 금리가 상승하면 빚을 갚을 능력이 취약한 위험가구가 3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22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위험가구 수는 2016년 126만3000가구로 부채가구의 11.6%를 차지한다.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는 186조7000억원으로 총 금융부채의 21.1%에 달한다.

특히 고위험가구의 경우 2016년 현재 전체의 2.9%인 31만5000가구가 62.0조원(7.0%)의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은은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이른바 ‘위험가구’가 작년 3월 말 기준으로 126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위험가구는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이 40%를 초과하거나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 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두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가계부채 위험가구로 보면 된다.

DSR이 40%를 넘는 동시에 DTA도 100%를 초과하는 고위험가구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파악된 가구는 31만5000가구로 전년(29만7000가구) 대비 1만8000가구 증가했다.

임계치 수준으로 평가받는 DSR 40%, DTA 100%일 때 부실위험지수(HDRI)는 100의 값을 나타낸다.

고위험가구가 가진 부채 규모도 1년새 46조4000억원에서 62조원으로 급증했다. 비중 또한 5.7%에서 7.0%로 커졌다.

우려되는 것은 추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한국시간) 정책금리를 연 1.0∼1.25%로 올리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와 같은 선상이 됐다.

더군다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회복 기대감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금융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또한 소폭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각각 0.5%포인트, 1.0%포인트, 1.5%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는 지난해보다 8000가구, 2만5000가구, 6만가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부채 규모 역시 각각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14조6000억원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보고서는 “앞으로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경우에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제한적으로 평가된다”며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 고위험가구의 수와 부채가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 직장 은퇴 후 식당·자영업에…빚 불어나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난 영향 가운데 주요 세대는 6·25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가계부채의 위험군으로 꼽혔다. 지난해 베이비부머 세대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평균 5억8000만원으로 다른 세대(4억4000만원)보다 더 많았다.

보고서는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해 차입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연령층(35∼59세) 증가가 그동안 가계부채 누증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점도 가계부채의 구조적 증가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식당, 부동산임대업, 소매업 등 자영업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빚이 불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가계가 투자자산으로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여러 주택을 보유한 임대가구의 금융부채는 2012년 17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26조3000억원으로 4년 사이 26.1%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부동산 매입을 위한 차입이 적극적인 상황에서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점이 가계부채의 구조적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NSP통신/NSP TV 오금석 기자, keum0818@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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