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지옥불반도.

(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한국에서 태어난다. 출생의 문, 지옥 문이 열린다. 지옥 문, ‘헬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면, ‘노예 전초지’를 지나게 되고, 남자는 ‘군대’를 간다. 전공선택을 이과로 하느냐, 문과로 하느냐에 따라 대기업 취업유무도 결정이 난다. 문과로 진학할 경우 ‘대기업 성채’보다 ‘백수의 웅덩이’가 더 가까워진다. ‘백수의 웅덩이’를 지나고나면 ‘공무원 거점’이 보이는데, 그 웅덩이가 너무도 깊다. 이과든 문과든 ‘대기업 성채’와 ‘백수의 웅덩이’를 지나고 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치킨 사원’. 취업 못 한 이는 치킨 배달을, 취업에 성공해도 곧 퇴사해 치킨집을 차려야만 하는 ‘치킨 사원’. 그 마저도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은 지옥불반도의 끝 ‘탑골공원’이다. 불바다 윗쪽의 ‘정치인 옥좌’와 아래의 ‘이민의 숲’은 같은 지옥불반도안에 있지만 안정감 있어 보인다.

판타지소설의 줄거리가 아니다. 헬(hell)조선,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거짓말로 청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참으라는 말만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 어른들 밑에서 주관도, 생각도 없는 ‘노예’로 커가는 2030 청년들.

이들이 커뮤니티 사이트 ‘헬조선’에서 또다른 방식으로 분노를 뿜어내고 있다.

적극적인 행동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가진 못했지만, 최소한 현실을 직시하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헬조선’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한국을 보는 냉철한 판단을 하게 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끔 하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두고 있다.

다음은 ‘헬조선’ 운영자와의 일문일답.

[도남선 기자]
‘헬조선’이 만들어진 계기를 듣고싶습니다.

[헬조선]
대한민국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라 판단되는 이슈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생각하면서 아무도 이런 사이트를 원하지 않지만 대한민국을 냉철하게 판단하기 위하여 만들게 되었습니다.

[도남선 기자]
‘일베’와 공통점도 있어보이지만, 다분히 사회를 보는 시각에서는 전혀 다른 대척점에 있다는 시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헬조선]
일베, 디시, 오유, 알싸, 여시 등등 디시에서 봤던 이슈 콘텐츠를 일베에서도 볼 수 있고 알싸에서 보던 걸 여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슈발화 커뮤니티라는게 대한민국의 이슈가 되거나 재미가 있는 콘텐츠를 자신들의 성향에 맞게 업로드 되고있습니다. 헬조선 사이트는 그들과 같은 콘텐츠가 올라오며 단지 사이트 콘셉트에 맞게 콘텐츠가 올라갈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가진다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2의 일베 등등으로 포장하여 정치적인 색으로 바라보기보단 다른 이념없이 콘텐츠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도남선 기자]
‘헬조선’ ‘탈조선’ ‘노오오오력’ ‘지옥불반도’ 등 헬조선을 통한 신조어가 유행인데, 용어 자체가 극단적입니다. 청년층의 분노를 표현한 단어로 보입니다만, 국가를 조롱하는 단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헬조선]
아무도 헬조선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자국을 비하하는 단어를 쓰고 싶을까요. 의미부여를 한다기 보다는 헬조선이라는 키워드로 지금 사회에 대한 풍자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도남선 기자]
헬조선 홈페이지 대문에 걸려있는 ‘죽창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이 섬짓합니다. 무슨 뜻인가요?

[헬조선]
죽창의 경우 유사이래 무기가 발전하면서 특정한 기호적인 의미를 띠기 시작했는데 예를들어 검은 인간사회의 무력, 규율을 상징하며, 의사를 일방향,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듯한 공격형태를 띠고있는 철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한 권력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사람이 가장 먼저 생존을 위해 사용했을 병기인 창 이라는건 역사적으로 ‘생존권’을 상징하며, 창들 중에서도 가장 저급인 죽창은 ‘생존’을 넘어서 ‘최후의 저항’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죽창을 달라고 하는 드립은 불평등을 토로하는 글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죽창을 달라는 표현은 지독할 정도로 자기 파괴적인 포기 선언이라 보시면 되며 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을 가진 헬조선만의 특별한 키워드 입니다. 이미 수많은 거짓말에 속은 경험이 있는 그들은 그 대안조차 이미 믿지 않고 그저 너도한방, 나도한방 같이 죽자는식의 비유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도남선 기자]
청년이 힘든 것은 노력하지 않아서라는 기득권층, 기성세대에 한마디 해주신다면.

[헬조선]
구조적,사회적인 문제에 너무 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 대충 넘어가기보단 직시하며 토론하면 좋겠습니다.

[도남선 기자]
‘탈조선’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헬조선]
쉽지않은 길 응원 하겠습니다. 조선에서는 노비가 노비를 감시하고 괴롭히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지금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탈조선 한다고 하면 많이 듣게되는게 아래 같은 말입니다. “가서 살아봐라, 우리나라 만한 나라도 없다” “그래도 대한민국에 태어난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꼬우면 북한, 소말리아로 가든지...” 자기 주관으로 탈조선하는 분들 축복을 기원합니다.

[도남선 기자]
현재 청년들이 얼마만큼 힘든지를 표현한 '지옥불반도'의 그림을 봤습니다. 헬조선을 운영하면서 네티즌의 글을 통해서도 청년층의 힘듦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느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습니까.

[헬조선]
이건 제기준에서 판단할 수 없어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발버둥치고 있다라는 것은 느끼고 있습니다.

[도남선 기자]
‘헬조선’의 논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류의 대안없이 무작정 힘내라고만 하는 기성세대의 가르침에 일격을 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기좋게 한마디로 카운터 펀치를 날려주신다면.

[헬조선]
“오늘도 헬조선에서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NSP통신/NSP TV 도남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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