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늘리기 위해 공개한 비자금이 되려 노 관장에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 기여 명목으로 제시한 비자금은 시민단체 고발로 이어지며 국감에까지 소환, 불법자금 은닉죄 등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노태우 전 대통령 측근이나 비자금 수사 검사 증언을 통해 ‘선경 300억’ 메모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대법원 심리 여부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 부장판사를 탄핵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 판사는 최 회장과 노 과장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비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고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판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도 지난 8일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관련 증인으로 노 관장을 비롯한 노재헌 동아상문화센터터 원장과 김옥숙 여사 등을 국감에 소환했으나 모두 불출석했다. 법사위는 지난 21일에도 노 관장과 노 원장의 재출석을 요청했지만 이날도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특히 노 관장은 미리 잡힌 국내 행사 일정을 취소하고 해외 행사 참여를 위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장에 출석한 심우정 검찰총장은 노 전 대통령 불법 은닉자금 환수에 대한 질문에 “관련 고발장이 3건 들어왔다”며 “수사팀에서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비자금 상속으로 인한 탈루 혐의에 대해 “재판이나 검찰 수사가 확정된 후 입법이 되면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와 환수위, 5·18 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는 선경 300억원을 비롯해 김 여사 메모 904억원과 210억원 차명 보험, 152억원 재단 기부 등을 바탕으로 과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노씨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 재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과 SK는 (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고 노 관장 측이나 2심 재판부는 받았다고 봤기 때문에 검찰과 국세청이 처분을 하려면 개별 사안들에 대한 법리 검토와 규명이 전제되야 한다”며 “검찰 국세청 수조사 범위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대법원이 이들 판단을 따라야할 의무는 없지만 검찰과 국세청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2심 법원의 300억원 유입에 대해 합리적이고 경험칙에 맞는 증거에 의해 판단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선경 300억’ 전말…청와대 증표 요구에 최종현 “약속어음이라도 전달하라”
법조계 일각에선 김 여사의 ‘선경(구 SK) 300억’ 메모가 노 전 대통령이 선경에 건넨 것이 아닌 SK그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약속어음(약속한 금액을 받겠다는 채권·채무 계약)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 보좌관인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비자금을 수사한 함승희 전 검사 등이 각각 문화일보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이 간접 증거로 제시한 어음은 SK가 300억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어음으로 선경건설(현 SK건설)이 발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노태우 정부 당시 비자금 관리와 조성을 담당하던 이현우 경호실장과 비자금 심부름을 맡았던 이원조 비서관이 “기업마다 통치자금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선경은 300억원 정도는 분담해야 하니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종현 선대회장이 30억원을 건넸고 노 전 대통령이 “사돈한테 이런 돈을 어떻게 받겠냐”고 했지만 놓고 나오니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집권 후반에도 이 실장과 이 비서관의 300억원 요구는 이어졌고 최 선대회장은 “대통령 퇴임 후 활동자금이 필요할 때 300억원을 꼭 드리겠다”고 약속했고 청와대에서 이에 대한 증표를 요구하자 최 선대회장이 “그러면 약속어음이라도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 관계자는 “비자금은 기업이 독재자에게 주는 게 상식이다”라며 “SK에 빌려준 자금이라면 차용증을 받았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노 전대통령 동생 노재우와 사돈 신명수는 돈을 전달했지만 증빙문서를 받지 않았고 쌍용차에는 차용증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관계자는 “같은 봉투에 보관돼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차용증과 약속어음을 동일한 채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상고심 정식 심리 여부는 다음달 8일까지 결론날 것으로 전망된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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