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최근 외국계 증권사에서 반도체 업황 고점론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증권업계는 현재 반도체 다운사이클 도래를 우려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 ‘반도체 업황의 피크(고점)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 호황 시점을 내년까지로 보고 올해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이 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기둔화에 따른 반도체 사이클 고점 우려로 한 달 새 각각 5.7%, 6.8% 하락한 상황이다. 이날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고점에 대해 “올해 3분기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수준 ▲설비투자 증가율 ▲영업이익률 등이 과거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사이클의 고점 징후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돼 우려는 시기상조에 그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 고점은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가 10~12주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고, 대규모 설비투자 집행에 따른 점유율 확대 경쟁이 점화됐으며,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률 정점에 따른 마진 압박 등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고점 우려는 스마트폰과 PC 등 B2C 제품 출하 감소에 따른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과거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HBM, eSSD 등 고객 요구에 따라 제품 종류가 다양해진 다품종 소량의 맞춤형 생산으로 진화되고 있어 과거와 달리 설비투자 증가가 공급과잉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양사 재고량이 과거 고점 사이클 재고 수준과 차이가 나는 점도 고점론을 반박하는 이유다. 올 3분기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는 5~6주로 과거 고점 사이클 재고 12~14주 대비 40% 수준이다.
또 메모리 업체들의 설비투자 증가가 범용 제품이 아닌 맞춤형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선단 공정에 집중하며 3~6개월 단위의 장비 발주를 통한 적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다운사이클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D램과 낸드 수익성도 2017~2018년 고점 사이클 마진(영업이익률: DRAM 70%, NAND 50%)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반도체 사이클의 고점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D램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제약으로 3분기에 D램 고정가격을 약 20% 인상을 추진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빅테크 업체들의 AI 데이터센터 집중 투자도 HBM을 비롯해 LPDDR5X와 같은 모바일 D램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도 높아 적어도 내년까지 반도체 공급과잉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주가는 경기 사이클의 소비심리지수와 유사하게 모두(제조사, 고객사)가 현재 상황을 과신하고 전망을 낙관할 때 고점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된다.
김 연구원은 “지금처럼 우려 부각에 따른 심리 바닥에서는 오히려 반등이 시작됐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해 바이 앤 홀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8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엔비디아 실적이 중요한 변곡점으로 봤다. 류 연구원은 “최근 실적을 발표한 슈퍼마이크로를 미루어 볼 때 긍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며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전까지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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