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노조 파업 리스크와 중국산 후판 덤핑에 이어 탄소세로 인한 무역관세 부담까지 가중될 위기에 처하면서 철강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실적이 장기 악화된 상황에서 무역관세까지 부담해야 할 판국이다.
탄소세에 해당되는 미국 CCA(청정경쟁법)가 내년 도입되고, 그 이듬해엔 EU CBAM(탄소국경조정제)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CBAM 대상 6개 업종 중 89.3%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업계가 현재 탄소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6년 EU 지불금액은 연간 191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저탄소 기술개발이나 설비 구축 등 제조공정 전반을 탈탄소 제조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막대한 자금은 물론 물리적인 시간이 절실한 상황이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CBAM 3차 보고서가 제출된 데 이어 이달부터는 EU 측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규제가 더욱 강화된 보고서를 작성해 오는 10월 말 4차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CBAM은 지난해 10월 1일 일부 전환기간이 시작돼 EU 수입자에 대상 제품의 내재 탄소배출량 등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여한다. 아직은 CBAM으로 인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수입자는 탄소배출량 보고의무와 수입품의 내재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인증서를 구매해야 해 실질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전환 기간 중에도 보고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정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 수석연구원은 “전환기간 동안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패널티로 상품의 내재 배출량 1톤당 10~5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CBAM 시행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2022년 8월부터 사내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는 등 대내외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대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 주도 TF를 바탕으로 민관합동 대응 중이다”라며 “당사의 밸류체인과도 충분히 소통해 당사재를 사용하는 데 있어 CBAM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국제강도 전사 TFT를 조직해 CBAM에 입각한 EU 수출 철강제품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산정,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체철은 전략기획본부 산하 통상전략실을 통해 유럽 국가에 대한 세부적인 인증을 획득하고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대한 장기 전략으로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 철강 3사, TMS 설치 늘려 탄소배출 모니터링 강화
이달부터 작성되는 CBAM 보고서 기준이 구체화되는 만큼 국내 철강 3사는 탄소배출 측정 장치 중 하나인 TMS(굴뚝자동측정기기) 설치를 늘리는 등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TMS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실시간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자동으로 측정·전송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최근 TMS가 급증한 데에는 정부의 대기관리권역 확대로 TMS 설치 기준 변경에 따라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NSP통신 취재 결과 포스코 TMS 설치 현황은 ▲2021년 105대 ▲2022년 245대 ▲2023년 246대 등으로 3년새 TMS 대수가 134.2% 증가했다. 올해는 301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현대제철 주요사업장인 당진제철소도 작년 TMS 대수가 2021년 대비 200% 늘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TMS 운영 현황은 한국환경공단 전송 시작 시점 기준 반영 시 ▲2021년 24대 ▲2022년 72대 ▲2023년 72대다. 총 대기 배출구 수는 당진제철소 기준 271개로 확인된다. 대기 배출구는 굴뚝을 비롯해 작은 구멍까지 포함한 오염물질 배출 통로를 뜻한다.
동국제강은 당진과 인천 포함사업장 세 곳의 TMS 개수를 통합한 전사 설치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11대 ▲2022년 14대 ▲2023년 14대로 올해 기준 굴뚝 총 개수는 30개로 파악된다. 총 굴뚝 수 절반가량에 TMS가 설치된 것으로 계산된다.
TMS를 설치하면 그만큼 측정 범위가 확대돼 배출총량은 늘어나게 된다. 실제 포스코 TMS 부착 개소에서 산정되는 배출량은 지난해 48만3000톤으로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실제 배출되는 양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TMS 설치·운영을 확대해서 증가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TMS 증가에 따른 배출량의 상관 관계에 대해 “TMS는 정부의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설치 기준에 해당하는 배출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배출농도가 아닌 총량으로 관리된다”며 “설치대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실질적인 오염물질 배출 증감에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 및 부산물 재활용 확대 등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6년간(2018~2023년) TMS를 비롯해 제강 집진기와 질소산화물 저감 설비 도입 등에 약 1조9200억원을 집행했으며 향후 3년간(2024~2026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환경 설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TMS 외에도 대기오염 물질(먼지, NOx, SOx) 중 68%(2021~2023년, 3년 평균)를 차지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저감하고자 가장 효율적인 기술로 평가받는 선택적 촉매환원 설비(SCR) 총 3기(인천 1기, 포항 2기)를 인천과 포항공장에 도입해 대기오염 배출 감축에 나설 방침이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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