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승이 유력했으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민주당 후보가 교체되면서 지지율이 역전됐다. 두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당의 경제정책 기조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등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산업계가 법인세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양당 체제에 대응한 두 전략을 모두 세워둬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2024년 대통령선거 정강(정책방향)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정책에서 양 당간 큰 온도차를 보였다. 이에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당의 경제·산업 정책 정강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중심 정책을, 공화당은 규제 완화와 감세, 기술혁신 장려 등에 각각 방점을 두고 있다.
현행 21% 법인세율이 내년 말 일몰 예정인 가운데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미국 법인세 인상·인하 여부는 국내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28%까지 높일 것이라 정강에 명시하고 있다. 공화당은 정강 상 구체적인 수치 제시 없이 포괄적인 감세 의지만을 공표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언론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15%까지 감세를 목표로 최소한 20%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우리 경제계와 정부 입장에서는 플랜 A, B를 모두 면밀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양당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그 양상이 매우 대조적인 만큼 반도체, 2차 전지업체, 자동차 등 업종별은 물론 각 기업 단위에서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고 미국 내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부문에 있어서는 정책변화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에너지, 민주당 환경기준 강화 vs 공화당 원전 규제 완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에너지 사업의 분야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청정에너지 망을 중심으로 공화당은 원자력 및 전통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에너지 관련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도 관련 기회 포착을 위해 미국 대선의 추이와 결과를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확대, 석유 지배력 축소를 모토로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미국산 저탄소 자재 사용 의무화 등 환경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공화당은 석유와 천연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규제를 전면 해제하면서 원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 대중국 정책, 민주당 전략적 경쟁 vs 공화당 전략적 독립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정강 상 대중국 정책에 대한 강경 기조를 채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세부 전략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위험 완화 노선을 통한 대중 관계의 안정성 유지를,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천명했다.
민주당은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광물, 철강,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대중 제재를 확실히 하되 완전한 분리 대신 필요시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반면 공화당은 최혜국대우 지위 철회, 중국산 필수 재화(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 무역·투자 분야에서 강력한 제재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트럼프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알려진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는 공화당 정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경협 측은 “민주당은 핵심첨단기술 분야와 공급망 부문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 공화당은 중국에 대한 배타적 무역·투자 제재의 과감한 실행을 공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화당은 정강 상 첨단 분야에 대한 대중 정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 “첨단기술과 필수 재화 관련 미국 진출 기업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통상, 민주당 공약 생략 vs 공화당 美 우선주의 강화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공화당이 다양하고 강력한 무역 정책을 제시했으며 이에 반해 민주당은 별도 정책기조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당시에는 공화당도 통상 관련 별도 공약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정강에 통상 관련 별도 챕터(5장)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 강화의지를 밝혔다.
다만 우리 경제계가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 등 미국과의 FTA체결국에 대한 보편관세 등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통상 관련 구체적인 정책을 명시하지 않았다. 한경협은 민주당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를 강조한 것을 감안할 때 기존 통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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