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최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에 또다시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배터리 화재 사고로 인해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배터리 실명제'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9일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전기차 EQE 모델이 대형 화재를 일으킨 사고 현장에 전문가를 현장 파견해 현재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NSP통신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로 불편을 겪은 차량 소유주분과 주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저희는 사고 발생 이후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발생 직후 메르스데스 벤츠 코리아와 벤츠 본사에서도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 권고에 대해서는 “현재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과 협력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특별점검 요청을 받았고 아직 확인 중이다”라고 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번 배터리 화재 사고로 한국 법인 설립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으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로 통하는 벤츠가 중국산 배터리 중에서도 10위권에 속하는 파라시스 배터리를 채용했다는 점에 소비자들의 공분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화재 사고 모델인 EQE에는 CATL과 파라시스 두 회사 배터리가 탑재됐다. EQB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적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또 다른 전기차 모델인 EQA는 SK온, EQC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벤츠는 올해 국내에서 3만4380대가 팔려 4만1510대를 판 BMW와 7130대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벤츠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켜왔으나 지난해부터 BMW에 밀리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3사는 중국산 대비 화재 안전 기술 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화재 방지를 위해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는 등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해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소재를 개발 중이다.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에는 셀 레벨의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해 셀의 안전성과 연쇄 발화 방지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SK온은 Z폴딩 공법을 도입해 화재 발생 위험도를 낮췄다. 열에 강한 각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는 삼성SDI는 가스배출특수장치를 적용 중이다.
◆ 배터리 실명제 도입 시 배터리·완성차업계 득실은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공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차랑용 배터리 추적 시스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제조부터 폐기까지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가 추진 중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오는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수입차 브랜드와 안전 점검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 양측의 정보 공개 관련 입장을 듣고 이르면 다음달 초 배터리 실명제 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 실명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지금처럼 버틸 경우 전기차 구매한 사람들이 앞으로 전기차를 두려워하면서 구매를 꺼릴 게 뻔하다"며"그럴 경우 결국 손실은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가 직접 안고 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배터리 실명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에서 해당 제도 도입 시 해외에서도 동일한 조건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국내에서 배터리 실명제가 도입될 경우 해외에서도 동일한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며"해외는 국내의 공공주택이나 아파트 등 밀집된 공간이 아니라 국내 주거 환경과 달라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가 이런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실명제 도입으로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가 일정 부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교수는"실명제로 할 경우 소비자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썼는지 중국산을 썼는지에 따라 자동차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저가 배터리에 밀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K-배터리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며"한국산 배터리를 써서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도 (안정성 면에서)소비자가 받아들인다면 자동차업계도 마다할리 없다"고 진단했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