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내년에도 배터리 업황은 여전히 흐릴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둔화)과 메탈값 하락 등 악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반영으로 일부 손실액을 상쇄하겠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장기화되는 전기차 캐즘에 대비해 생산·투자 계획을 재설정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손실을 메울 대안 사업을 마련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2분기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8조7735억원) 대비 29.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4606억원) 대비 57.6% 줄었다, 다만 전분기에 비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5%, 24.2% 증가했다.
다만 해당 영업이익은 미국 IRA상 AMPC가 반영된 수치로 이를 제외할 경우 2525억원 영업손실이다. 2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세액 공제 금액은 4478억원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올해 2분기 매출은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및 메탈가 약세에 따른 판가 하락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사의 신규 EV 출시 물량 적극 대응, ESS전지사업부 출하량 성장 등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라며 “손익의 경우 수요 감소에 따른 유럽 및 중국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영향이 컸으나 북미 지역 배터리 판매 호조로 IRA 세액 공제 효과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분기 대비 24.2% 상승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배터리 업황이 내년까지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 하반기에나 회복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실적발표 컨펀런스콜에서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IRA 세액 공제 전망치는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생산 목표 조정에 따라 기존 45~50GWh에서 30~35GWh 수준으로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은 시장 환경에 대비해 ▲생산·투자 유연성 극대화 ▲포트폴리오 확대 ▲원가경쟁력 확보 등 올 하반기 대응책을 발표했다.
우선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 생산시설 운영 효율성과 투자 유연성을 높인다. 전방 수요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생산시설 신∙증설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EV 생산라인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 등을 통해 각 생산거점별 케파 가동률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현재 진행중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신제품 양산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하반기 원통형 신규 제품인 46-시리즈의 본격적인 양산이 예정돼 있으며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ESS LFP 제품 또한 북미와 유럽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생산 물량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고객 및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한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다양한 고객사들과 LFP 및 고전압 미드니켈 등 보급형 제품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46-시리즈 또한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 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품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원재료의 직접 조달 영역을 주요 광물에서 전구체 영역까지 확대하고, 업스트림 업체에 대한 지분투자도 강화해 공급망 경쟁력을 높인다. 또한 공정 간소화와 스마트팩토리 적용 가속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출하량 확대와 IT 고객사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응, 전력망 ESS 판매 확대 등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해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SDI 실적 하향·SK온 수천억 적자 지속…2026년 이후 캐즘 회복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조3728억원, 영업이익 380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16% 감소한 수치다.
SK온도 이번 2분기 수천억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SK온은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SK온은 이달 초 위기극복 전략의 일환으로 모든 임원 연봉을 동결하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하반기부터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확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상반기 신규고객향 라인조정 작업으로 생산공백이 발생했던 미국공장도 생산이 정상화될 예정이다. 내년 이후 미국 내 JV공장 가동개시에 따른 AMPC 수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증권가와 업계 등은 전기차 캐즘이 해소되고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우 NH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캐즘 회복 시점에 대해 “전기차 캐즘은 2단계에 걸쳐 극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1단계는 중저가모델이 출시되는 2026년 전후, 2단계는 자율주행(로보택시) 상용화 시점인 2026년 이후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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