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캐릭터와 포인트 몇 푼을 주고 생색을 내면 MZ(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세대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몰려든다. 그러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MZ세대 겨냥에 성공했다며 ‘혁신’을 일으켰다고 자부한다. 이것이 현재까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MZ고객을 끌어모았고 실제 고객 절반이 청년층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민낯은 청년 지원 금융정책을 실시하면서부터 드러났다.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사업’에는 ‘100% 비대면 서비스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정작 청년들을 지원하는 사업 즉 수익성을 가늠하기 힘든 사업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청년희망적금·청년도약계좌’ 인뱅, 도와준대도 신청 안해
올해 처음 열린 카카오뱅크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고객에게 카카오뱅크가 꼭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의 고객들은 100% 모바일을 통해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2000만 고객은 곧 2000만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의 따뜻한 금융정책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시도에도 주저하지 말자”며 “기존 서비스는 꾸준히 개선점을 찾아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역시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며 “은행이 필요한 순간 그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각오도 ‘돈이 안 되는 사업’ 앞에선 무력했다.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금리가 연 7% 가까이 돼 은행들이 ‘미끼 상품’으로 내놓는 초단기 적금들보다 금리가 높다. 가입기간은 긴데 금리는 높아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 은행 입장에서는 돈 벌기 좋은 상품은 아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청년저축계좌 등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상품은 ‘수익성’을 생각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상생금융을 실천하고 미래고객 확보를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 취급 은행 목록과 청년희망적금 취급 은행 목록에서 제1금융에 속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참여한 모습과는 대비된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은 MZ세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을 지원해줘야 하는 곳에선 금융 편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대해 비용, 시간 등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논리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청년 금융지원 정책 등과 관련해 서민금융진흥원 쪽에서 인터넷전문은행측에 (행정적인 절차 등) 어려움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협조를 해주겠다는 비공식 제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면서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를 독려했으나 그들은 참여하지 않은 것.
실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가입부터 해지까지 은행에 방문할 필요가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은행 앱(App)에서 자동해지 지정을 해놓은 경우 입출금통장으로 적립금액 및 저축장려금이 입금이 되고 자동해지 지정이 안 돼 있는 경우 만기 전에 안내나 알림톡 등으로 해지계좌 지정이나 유지 여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인뱅 “복잡한 행정절차, 개발비용·시간이 많이 들어요”…금융소비자 “입맛대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은행 창구 방문이 불필요함에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청년지원 금융정책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들은 “비대면 프로그램 개발 시간과 비용 등이 많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서류 증명 절차가 복잡하다”며 “스크래핑 기술 유무와 상관없이 소득 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 자체가 인증이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 진본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청년을 외면한다기보다 비대면을 위한 개발 리소스가 많이 든다”며 “청년희망적금같은 청년 지원 금융정책이 급하게 만들어진 상품들이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의견 청취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 등을 위한 비대면 과정의 실현에는 환경·비용·시간·인력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태껏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완전 비대면이 아닌 주택담보대출도 ‘100% 비대면 대출’이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고객이 비대면으로 제출한 서류를 알바몬 사이트에서 모집한 하청업체 직원이 접수 및 확인하게 하면서까지 ‘비대면’에 사활을 건 것. 소유권이전등기 관련 서류처리 과정은 대면서비스로 남아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기술 혁신에 투자했다.
아쉽게도 이 투자는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까지 뻗어가진 못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분명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 비대면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객의 수요, 투입되는 시간 등을 다 고려해 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말 그대로 입맛대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담아내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소화하고 이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진짜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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