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김정태 기자 = 2011년 증시는 ‘업종간 차별화’의 한 해였다. 중국, 일본, 대만 등의 해외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4개 국가간의 업종간 경합도 치열하다.

미래에셋증권의 ‘아시아 4개국’ 분석을 통해 수출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4개국을 비교해 올해 증시를 종합해 보고, 이를 통해 내년 국내증시의 판세를 읽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 4개국 업종 지형도 변화

아시아 4개국은 모바일 시장 팽창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보았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증시 모두 예외는 없었다. 통신 혹은 소프트웨어 업종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됐다.

이는 매크로 불확실성과는 별개로 IT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으로 시장흐름과 무관할 정도로 업종의 위상변화가 뚜렷하다.

이어 소비관련주의 재평가다. 내수주라 불리는 이들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출업종에 비해 방어적성격을 지닌 탓도 있지만 신흥국 소비시장의 성장 스토리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해당 국가의 소비관련주의 주가 흐름을 보면 ‘선전’보다는 ‘성장’에 가깝다.

또한, 글로벌 경합도가 높은 업종인 IT, 자동차의 경우 ‘그들만의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즉,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주가에 투영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해당 업종의 입지 변화로 연결되고 있다. 결국 이들 업종의 내년 주식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한다. 또 올해와 마찬가지로 주도권을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의 차별화가 극심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시장 팽창, 시장 판세 바꿔

대만증시는 MSCI 지수 기준으로 올 한해 20.3%가 하락했는데 통신업종의 경우 16.64% 상승했다. 시장보다 37%p ‘Outperform’ 한 셈이다. 해당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도 연초 4.2%에서 연말 5.9%로 높아지며 대만증시 내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커졌다.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이 대만 통신업체 FET(Far EasTone)다. 대만내 3위 통신업체로 스마트폰 보급 본격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렸다. 대만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0년 1분기 6%에 불과했지만 2011년 1분기에는 14%로 3분기에는 20%로 증가했다.

현재 국내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43.7%임을 감안한다면 대만 스마트폰 시장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FET(FarEasTone)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모바일 데이터 부분의 성장률(YoY)은 올해 1분기 36%, 2분기 39%, 3분기 44%로 급증했다.

일본의 스카이퍼펙트 JSAT 역시 모바일 시장 성장과 무관치 않다. 위성을 통해 영화, 음악, 스포츠및 오락과 같은 디지털 프로그램(SKY PerfecTV)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총 누적가입자가 지난해보다 1만 5000명 증가해 연말 37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모바일을 통해서도 시청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일본 증시에서 통신업종의 비중은 1%p 가량 증가하며 두 번째로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참고로 중국증시 역시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업종은 통신업종(2.4%p)으로 주식시장이 올해 20% 하락하는 동안 3% 상승하며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증시는 통신업종보다는 소프트웨어 업종이 선전한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관련 게임주들이 연간 상승률 선두에 포진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비관련주의 성장, 반짝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

소비관련주의 성장은 아시아 4대 증시의 공통된 현상이다. 일본 증시에서 가장 크게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업종은 필수소비재 업종이고, 중국 역시 통신 다음으로 비중이 크게 증가한 업종은 유통, 필수소비재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비관련 업종의 비중 증가폭은 높지 않지만 이전보다 시장영향력은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의 아사히 그룹(Asahi Group)과 중국의 구이저우마오타이(Kweichow Moutai)가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주류생산 업체로 연초대비 각각 7.3%, 14.96% 상승했다. 물론 소비관련주, 즉 내수주의 상승배경에는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부각된 탓도 있겠지만 단순히 방어주의 성격으로 선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내년 중국경기의 주된 성장동력이 소비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 올해 나이키, 스타벅스 등 글로벌 소비관련 기업들의 선전에는 신흥국 매출성장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 만큼 예상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성장의 스토리가 진행형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역설적으로 내년 글로벌 경제 환경이 불안할수록 돋보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IT 하드웨어와 자동차, 힘겨운 싸움 진행

IT, 자동차와 같은 대형 수출업종의 경우 한국, 일본, 대만과의 경합도가 높은 편인데, 주목할 점은 국가간 이들 업종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부품의 시가총액 비중 증가가 두드러지지만 IT하드웨어는 오히려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 IT하드웨어의 시가총액 비중은 감소한 반면 자동차/부품은 소폭 증가했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크게 증가했지만 IT하드웨어 업종은 급감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가간 업종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는 업체간 경쟁 심화 및 글로벌 과점화에 있다”며 “특히 올해 모바일 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반도체 및 IT하드웨어 업체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결과적으로 애플과 삼성의 2강 체제를 형성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는 흐름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 연구원은 “대만 IT하드웨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급감한 경우가 대표적이다”며 “ 대만 HTC의 경우 올 한해 주가가 42%가량 급락한 배경도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격화에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일본 업체들이 엔고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내년에는 일본 및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올해보다는 보다 힘겨운 싸움이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세계 반도체, IT하드웨어, 자동차/부품 업종의 EPS 성장률을 보면 올해보다 보다 각각 2.4%, 14.7%, 15.5%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지만(MSCI 전세계 지수 기준) 역설적으로 이러한 흐름이 후발기업 또는 주도권을 내주었던 기업에게는 추격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성장률이올해 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IT하드웨어와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이러한 시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소비관련주 구조적 성장수혜, IT·자동차 선택·집중

내년 국내증시의 업종판도를 예상해 보면 모바일과 관련한 콘텐츠업체, 그리고 소비관련주의 상대적 우위는 여타 국가와의 공통분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IT하드웨어, 자동차/부품의 경우 올해보다는 글로벌 경쟁업체들과의 경합도가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태 NSP통신 기자, ihunter@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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