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유정상 기자 = 스마트건설기술이 자본력의 차이로 대형-중소건설사 간 격차가 심화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근 잇따라 전해지는 스마트 건설기술의 실효성 검증, 원격 공사 현장 관제 시스템 개발, 공정별 인력 대체 유닛, 정밀·위험 작업 대체 로봇 개발 등 소식들은 스마트 건설기술이 향후 건설 현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스마트건설 기술 시장에 대한 지원 의지와 관심을 밝힌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1회 스마트건설기술·안전 엑스포’의 개회사에서 “내년부터 6년간 스마트건설기술 연구개발에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스마트 유지관리 기술 연구개발 사업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도 ‘스마트건설 시대, 공간정보의 역할과 전망에 관한 국회 토론회’의 축사에서 “정부는 인공지능 건설로봇 등을 활용한 건설자동화와 스마트 건설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산업계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스마트 건설분야와 공간정보 분야의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스마트건설기술 R&D센터·관련 부서 등을 꾸리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R&D센터를 운영 중이고 포스코건설 역시 R&D센터를 운영하며 ‘스마트컨스트럭션(smart construction)’플랫폼을 개발해 건설산업을 데이터화 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스마트건설기술 연구개발 사업은 현재로서는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격이 아닌, 향후 도래할 스마트건설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실행되는 일종의 투자 성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부 중견건설사들 중에서도 스마트건설 기술 연구개발에 사례가 있지만 주로 기존 기술들의 개량 차원이다. 예를 들면 BIM기술의 실제 현장 적용성 향상, 더 정밀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설계에 도움을 받고, 드론 촬영 기술 개량으로 현장 적용 공정 범위 확대 등이 있다.
한 중견건설사 스마트건설 사업부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과 같은 규모의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기에는 연구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라 “그들(대형건설사)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대신 기존 기술들을 우리 현장과 특성에 맞게 현실성 있으며, 비용을 더 절감하기 위한 실용적인 ‘개량’ 차원의 연구개발부터 진행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소건설사들은 스마트건설기술이라는 것이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말한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스마트건설기술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 회사에 도입 또는 연구에 관해서는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며 “큰 건설사들이야 여유 자금으로 ‘신 성장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겠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에게 스마트건설기술은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건설 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매달 직원 인건비 충당하기도 힘든 가운데 어떻게 신사업부서 같은 것을 세울 수 있겠냐는 설명이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에서는 사정이 더 심화 된다. 지방 소재 한 중소건설사의 공사 현장 관계자는 “그것이 뭔지도 모르겠다. 드론만 들어봤다. 회사 내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힘들겠지만 특히 지방 같은 경우에는 건설사들이 한 건 벌어 먹고사는, 일명 ‘한 건 살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슨 스마트건설기술이겠느냐”고 답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국내 건설기업의 스마트 기술활용 현황과 활성화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는 스마트 건설기술이 ‘종합대형건설사’ 위주로 활용되며 스마트건설 기술에 대한 ‘향후 10년 내 도입 계획(의지)’도 종합대형건설사 위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스마트건설기술 시장이 대기업 독식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이 제기된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이 자본을 가지고 투자 과정을 거쳐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지만, 소수에게 시장 동력원이 집중된다는 것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과 같은 태동기를 거쳐 향후 스마트건설기술이 건설 현장에 잘 정착돼 대형건설사들이 정말 혁신적인 ‘비용절감’ 까지 이룩하게 되면,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상술한 보고서는 국내 건설사들에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와 산업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술의 도입 및 활용을 저해하는 관련 규제를 해소하고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 역시 “정부에서 건설업계에 신성장 동력원으로 스마트건설기술을 제시할 것이라면, 중소건설사들도 건설업계의 한 일원이라는 것을 잊어 서는 안될 것”이라며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정부에서 말하는 ‘신 성장 동력원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어쩌면 새로운 먹거리 찾기는 대형건설사들보다 변화에 취약한 중견·중소건설사들에 더 요구되는 사항일 수도 있다”라며 “마치 ‘아기새’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대형건설사들과 정부 정책만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NSP통신 유정상 기자 yootop@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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