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시중은행들이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금융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대출문이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학계는 “정책의 엇박자”라며 “대출상환 능력이 높은 차주는 계속 대출을 받고 취약차주는 이자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에 국책은행까지 금리 인상 릴레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2분기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약 5조 5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5조 7408억원 급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달에만 수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한달새 주담대 금리를 6차례에 걸쳐 1%p 이상 올렸다. 오는 26일부터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포함해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최고 0.4%p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신한은행은 7회, KB국민은행은 5회,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2회 금리를 높였고 기업은행까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은행들은 다주택자의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거나 고가주택에 대한 주담대 한도 조정 등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서민 전용 정책금융 금리까지 상승
이와 함께 정부는 정책금융상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올 2분기 은행권이 취급한 주담대의 60%가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금융 상품이고 지난 7월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4조 2000억원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를 0.2~0.4%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디딤돌 대출금리는 기존 연 2.15~3.55%에서 2.35~3.95%로 올랐다. 버팀목 대출금리는 기존 1.5~2.9%에서 1.7~3.3%로 인상됐다.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이다. 버팀목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세자금 대출이다.
◆학계 “금리 인상으로 대출총량 줄지 않아…이자부담만 키워”
이처럼 불어난 대출에 대해 금리 인상으로 대처하는 태도를 두고 학계는 “대출 총량을 줄이는 효과는 없다”며 “오히려 취약차주의 금리부담만 키우는 상황”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한국은행 역시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정책금융을 포함해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에 앞서 정부에서 연착륙을 이유로 대출 조건을 완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소득 요건을 완화했고 당초 지난 7월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DSR 규제’ 시행은 오는 9월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규제 시행 전 대출 ‘막차’를 타야겠다는 심리가 커져 대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에서 대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줄이는 것이지 대출 공급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디딤돌 대출 등 대출이 필요한 분들은 금리가 높아도 대출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금리 부담만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정책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높였지만 오히려 주담대 잔액은 급증해 서로 전면 배치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가계대출 한도를 규제해왔지만 그럼에도 단기간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것은 DSR규제로도 대출 총량 증가세를 막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출상환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대출을 꾸준히 받고 있고 이들에게는 인상된 가산금리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DSR이 충분하지 않고 대출상환능력이 낮은 차주에겐 가산금리 상승폭이 더 클 수 있어 취약차주의 이자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같은 상황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의도가 어떻게 됐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서 서민들이 집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증이나 정책금융이 대출을 내주고 이로 인해 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 됐다”며 “이 문제에 대해 재정당국과 담당 정부에서 더 세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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