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 격화 및 중러 결속 등으로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EU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터리사업이 통상 리스크를 해소하고 미국과 유럽(EU)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세부지침을 발표한 후 실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영업이익은 늘었다. 다만 AMPC 효과를 제외할 경우 실질적 수익성은 하락세다. 그만큼 AMPC 의존도가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과 트럼프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북미 시장에서 우리 배터리 3사가 현지 공장 증설을 지속하는 이유다.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지난해 미국에서 받은 AMPC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율촌은 2026년부터는 추가세액 규모가 두배 이상 늘어나 향후 미국 내 생산이 증가할수록 AMPC 규모는 대폭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사 중 AMPC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SK온이다. SK온은 지난해 연간 6170억원, 올해 1분기엔 385억원을 반영해 총 6555억원의 추가수익을 냈다. 이어 LG엔솔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AMPC 1889억원을 반영했다.
삼성SDI는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67억원을 반영했다. 삼성SDI가 경쟁사 대비 AMPC 금액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다른 두 회사에 비해 북미 시장 진출이 다소 늦어졌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올 2분기부터는 매분기 발생 금액을 반영할 예정”이라며 “내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AMPC 수혜금액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엔솔 관계자는 “캐즘 상황에도 회사는 북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며 “IRA가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IRA 법안 시행 이전부터 북미 시장을 핵심전략시장으로 삼고 투자를 진행해왔던 만큼 이에 의존하지 않고 회사의 사업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북미 배터리시장, 리스크 산적에도 투자 지속되는 이유
통상갈등에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지며 북미 배터리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전기차 전환 지연과 IRA 폐지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반면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 등 중국 압박 심화, AMPC 혜택 등으로 한국 배터리업체가 최대 수혜를 입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또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도 IRA가 폐지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투자유치 지역 대부분이 공화당 선거구에서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NSP통신이 신용평가사와 증권가, 경제단체 등 여러 업계 전문가와 취재한 결과에서도 AMPC 폐지에 대해선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IRA 폐지는 어렵고 시행령으로 상당부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구매보조금 Tax credit은 제한하되 리쇼어링(해외투자 기업 국내 복귀) 효과가 큰 AMPC는 크게 제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기업평가본부 연구원은 ▲트럼프의 IRA 백지화 언급 ▲완성차 OEM들의 AMPC 혜택 분담요구 지속 ▲전기차 전환을 우려하는 UAW 파업 등을 언급하며 북미 배터리 시장의 위험요인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현재 IRA 법안의 기대 효과는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경쟁력 있는 북미 배터리 업체가 전무한 데다, 공화당 우세 선거구에 전기차 투자가 밀집돼 있고, 중국 견제 정책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또 IRA 법안이 폐지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실장은 “연방의회 선거도 결과도 지켜봐야 되기 때문에 현재 IRA 폐기 가능성을 단정하긴 어렵다”며 “지금은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기 보다는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상황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실장은 “정부나 기관 등도 업계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고 공식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는 여러 수단을 통해 우리 의견을 전달하고 법안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도록 방법이나 절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LG엔솔·SK온·삼성SDI, 미래 전기차 잠재시장 북미 향해 ‘풀악셀’
배터리 3사는 북미 시장의 불확실한 여건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미래 배터리 빅마켓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LG엔솔은 지난 3월 테네시주에 위치한 LG-GM ‘얼티엄셀즈 제2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양산 한 달 만에 수율 90%를 달성했다. 생산량 증가와 GM의 신차 출시도 예정돼 있어 IRA를 충족하는 배터리로 북미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시간에 얼티엄셀즈 제3공장도 건설 중으로 2026년엔 북미지역 생산 능력이 300G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얼티엄셀즈 제 1·2·3 공장의 총투자액은 9조원 규모다.
SK온은 조지아 1·2 공장은 이미 가동 중으로 22GWh를 생산하고 있다. 블루오벌SK 켄터키 1·2 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총 127GWh 생산이 가능하며 2025년부터 순차 가동될 예정이다. 또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 합작공장에 투자 중으로 2025년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스텔란티스와 합작 1공장 건설 중이다. 2026년 양산목표로 GM과 합작해 2027년 양산 목표로 스텔란티스와 합작 2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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