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한계기업이 증가하며 우량기업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IT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단계를 압축해 성장하는 중국에 비해 한국은 M&A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년간 이루어진 전 세계 IT산업(S&P의 GICS) M&A 시장 점유율(인수기업 기준)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IT M&A의 3분의 1을 미국이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연평균 증가율 1위(22.9%)로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는 행보를 보였다.
한편 지난 15년과 최근 5년간의 점유율 비교 결과 역시 미국이 1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나 점유율은 감소(32.6%→25.5%) 추세이며, 중국이 9위에서 5위(2.4%→4.4%)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5년과 최근 5년간의 M&A 시장 점유율이 모두 12위(1.9%→2.3%)에 머무르며 수년째 현상 유지 상태였다.
IT 세부산업별로 M&A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M&A 활용이 한중일 중 가장 저조했다.
지난 2016~2020년 글로벌 반도체 M&A 건수는 미국(103건)>한국(92건)>중국(74건)>일본(44건)>대만(27건) 순으로 2019년 반도체 시장점유율 순위가 미국(47%)>한국(19%)>일본(10%)>대만(6%)>중국(5%)순인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이 활발한 반도체 M&A를 통해 미국·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IT 하드웨어 분야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M&A를 통한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이 뚜렷이 드러났다. 소프트웨어 등은 전통적 강자인 영미·EU 국가들이 장악해 한중일의 M&A 활용은 미흡했다.
국가 간 M&A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은 주로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과 M&A를 진행했고, 한국은 베트남, 일본은 싱가포르, 중국은 홍콩 기업들을 많이 인수하는 특징을 보였다. 한국의 IT기업은 주로 아시아권 신시장 진출 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강화 차원에서의 이루어진 M&A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IT산업 발전의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서비스에 대한 M&A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크게 위축됐던 M&A 시장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재의 코로나19 국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입해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알짜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시장규모는 거래건수 기준 전년대비 32% 감소(1만155건 → 6938건)했으나 1~2분기 감소하던 거래규모가 3분기 들어 조금씩 회복 추세다.
상반기 시장 침체에도 불구 전체 M&A 중 기술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대비 오히려 증가(15.4% → 22.4%)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Ernst&Young에서 46개국 글로벌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향후 1년 내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며, 38%가 코로나19 M&A 전략으로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하락을 노린다’고 응답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포스트-코로나 M&A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M&A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M&A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7% 축소됐으나 M&A 대상기업의 가치평가도 40% 가량 하락해 우량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다만 매물기업의 낮은 가치평가는 2010년에 V형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가파르게 회복되는 회복 양상을 보였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수기업 M&A에 성공한 기업들은 일반기업들 대비 약 3.2배 더 높은 총주주 수익률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그동안 IT산업의 판도를 바꿨던 미국 IT 기업들의 혁신사례는 M&A가 기반이 되었던 만큼, 코로나 이후 M&A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M&A 시장이 위축됐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활용해 M&A전략을 적극 추진, 중국 해외M&A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05~’07년) 세계 M&A의 0.6%를 차지했으나, 금융위기(’08~’11년)를 기점으로 7.3%로 약 12배 급증했다.
금융위기시 M&A가 에너지·자원 확보 및 제조업 기반 강화 중심이었다면 이후에는 첨단기술 획득을 통한 산업고도화 수단으로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IT 대표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공격적인 M&A 전략을 통해 현재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일한 非미국기업 2개사로 성장했다. 지난 10여 년(‘08~‘19.2월) 간 M&A·투자 건수는 텐센트 713건, 알리바바 502건에 달한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상반기 글로벌 M&A 시장 침체(-32%)에도 중국의 M&A 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상반기 M&A 거래규모는 전 세계에서 가장 타격이 적은 전년대비 7% 감소(770건 → 713건) 에 그쳤다.
전경련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이 정리된 반면 새로운 기회의 발생으로 신산업 관련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 현재 코로나 위기 뒤에도 산업계의 글로벌 지각변동에 따른 황금기회가 곧 올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M&A 활성화를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 이코노미 시대 기술 M&A는 글로벌기업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중국은 블랙홀처럼 글로벌 첨단기업들을 빨아들이고 구글, 애플, 아마존 등도 M&A로 신성장동력 확보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며 “그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M&A 활용전략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해외 유수의 기업이 그러하듯 M&A를 기업의 성장전략으로 인정하는 문화와 함께 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을 하루 빨리 제도화하는 등 기업 M&A에 최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NSP통신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