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에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서민대출의 공급이 늘어나겠지만 결국 제2금융, 인터넷전문은행들과의 파이 뺏기 게임으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세울 것을 검토 중에 있다. 현재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평균잔액 30% 이상’으로 설정돼 있는데 이를 시중은행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2일 취임 두 달을 맞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빠져 있다”며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금융이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3대 전환을 거론하면서 “금융약자들에게 더 기회를 제공해 제도권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우리 경제의 기반을 많이 만들어드리는 것이 금융의 역할”이라며 “그것이 한국 경제가 제대로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방향이 속도를 내야 하고 성과를 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그래프 = 김상훈 의원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5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KCB 신용평점 기준 800점 미만) 신용대출 신규취급액 비중은 평균 8.48%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 8월 기준 NH농협은행이 15.31%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 10.58%, 하나은행 6.62%, 신한은행 5.19%, 우리은행 4.71%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비중을 높이도록 정부가 목표치를 설정하면 이로 인한 공급 확대의 효과보다 고객층이 겹치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인터넷전문은행 등에서 우량 중·저신용자 고객을 둘러싼 파이 뺏기 게임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주문이 내려오자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내세웠다.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의 최고금리(연 9.15%)가 제2금융권의 최저금리(연 11.7%)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중·저신용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한 금융학계 연구원은 “시중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도입하면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공급 총량이 증가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캐피탈, 저축은행 등은 주 고객을 뺏기는, 서로 간의 ‘고객 뺏기 게임’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엇이든 인위적인 개입은 부작용이 따른다”며 “지금 생산적 금융 확대로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늘리면 건전성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은 고신용자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굳이 중·저신용자에게까지 대출을 내줄 필요가 없으나 의무적으로 비중을 늘려야 하게 되면 저축은행 업권으로 오는 고객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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