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정송이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 국면에 진입하면서 생산 안정성과 경영 구조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복합 리스크에 직면했다.
노조 찬성률이 95%를 넘어서며 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사측이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서면서 갈등은 법적 대응 국면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파업 현실화 시 생산 차질 우려…CMO 구조상 ‘신뢰 리스크’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 95.5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고 오는 5월 1일을 기점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조 가입률이 전체 약 75%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제 생산 현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의약품 생산을 위탁받는 위탁생산(CMO) 사업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계약 이행과 고객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MO 사업은 납품이 이뤄져야 매출로 인식되는 구조인 만큼 납기 준수는 절대적”이라며 “납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페널티나 소송은 물론 바이오 업종 특성상 그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 보고가 선행돼야 하고 모든 피해 보상과 책임은 회사가 져야 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가 가처분 범위를 배양·정제 공정으로 한정했지만 앞선 단계에서만 멈춰도 하루 100억 원대 손실이 발생한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배양·정제 공정이 정상 가동된다고 전체 공정이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배양·정제 공정이 멈출 경우 현재 가동 중인 100배치 기준으로 총 64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지난해 매출이 약 4조 5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멈췄다고 6400억 손실을 본다는 건 계산상 맞지 않는다”며 “가처분 취지에 과장된 수치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금 갈등 넘어 ‘경영권 요구’…사측, 가처분으로 맞대응
이번 갈등은 단순한 임금 인상 수준을 넘어 경영 구조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함께 인사·징계·배치전환 등 인사 제도 전반에 대한 사전 합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분할·합병 등 경영 의사결정에도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학계 전문가는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대기업의 경우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며 “노사협의회를 통해 근로자 대표가 업무 관련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도 있지만 근로자가 경영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회사 전반의 정책을 공동 결정하는 구조는 아직 한국 기업 문화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모델이 한국에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노조의 쟁의 범위가 경영권과 관련된 영역까지 포함된 만큼 이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안이 아닌 조심스러운 사안”이라며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공정이 중단될 경우 제품이 전량폐기될 수 밖에 없어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필수적인 공정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위원장은 “경영권을 전면에서 요구하는 게 아니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우회 등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협의·합의할 수 있는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의 가처분 신청과 대표이사실에서 보냈던 메일, 사내 게시했던 게시물을 묶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앞에서는 신뢰를 운운하면서 뒤에서는 가처분으로 손발을 묶으려는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라며 “인사 문건 등 입증 자료가 이미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 여지 남았지만 일정 임박…‘법적 판단’ 변수로 부상
노조 측은 사측이 개선안을 제시할 경우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지를 남겼다.
박 위원장은 “고객과의 신뢰를 이야기하기 전에 직원과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며 “인사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한 회사의 명확한 조치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할 의향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파업 돌입 시점이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된 가운데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관건은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노사 협상 타결 여부가 5월 1일 이전에 결론 나는지 여부다.
NSP통신 정송이 기자(qu225577@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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