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 덤핑 여파로 철광석 가격 폭락에 따른 수익성 하락,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의한 통상환경 악화 등 겹악재가 이어지면서 철강업계는 사업구조 재편 및 체질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철광석 톤당 시세는 96.74달러(12만9500원)로 100달러선이 붕괴됐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건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하강하면 생산비용이 판매비용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100달러선은 업계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이에 100달러 붕괴는 곧바로 철강업계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철광석 시세 하락은 중국 내수 철강 수요가 줄면서 수출 물량을 덤핑으로 처리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은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3사 모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 줄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3%, 80.8%, 80.6% 하락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철강업계 시황 회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는 올해 3분기 철강업종 경기전망지수(BSI)를 79로 진단했다. 전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SI가 기준치 100보다 낮다는 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2024 미국 대선에 따른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 시 정책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통상환경 저하 및 대외 불확실성 확대는 수출의존도가 40% 수준으로 높고, 장기간 내수 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산업에 있어 부정적 요소로 짚었다. 또 보편적 관세 조치는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기계, 가전 등 여타 수출 업종에도 적용됨에 따라 관련 산업들을 전방에 두고 있는 철강 수요가 직·간접적으로 제약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정익수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철강산업 정기평가 보고서에서 “하반기 들어서도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입 철강재의 유입량 확대와 유틸리티, 운임 등 제반 비용 상승이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국내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자동차는 누적된 이연수요의 소진과 구매심리 위축 등으로 생산 둔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와 11월 앞둔 미국 대선 영향 등은 통상환경에서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철강 업황의 개선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포스코, 이차전지·신소재…현대제철·동국제강, 車 소재
철강 3사는 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각자 방식에 맞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1일 2030년 시가총액 200조원을 목표로 소재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기업가치 달성을 선언했다. 철강사업과 함께 이차전지소재와 신소재 사업을 성장축으로 확장하며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신모빌리티 등 그룹 사업 연계 뿐 아니라 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에 적용될 첨단소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신소재 산업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기반의 신사업 추진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그룹 사업과 경영체제 및 조직문화 전반에 걸쳐 본원경쟁력과 신뢰를 회복하면서 한계를 넘어 과감히 혁신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하자”고 독려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자동차 소재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 부문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본원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소재를 비롯해 해상풍력 등 에너지 강재, H CORE 브랜드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다음달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제철 전기차 전용 강판 공장을 가동한다. 지난달엔 모빌리티 소재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래 모빌리티 소재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첫 민간 철강그룹인 동국제강도 자동차 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작년 5월 12일 열린 임시주주총회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산업 소재 쪽으로 신사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신사업으로 철강과 관련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투자할 것을 시사했다.
지난 24일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공식 출범한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동국인베스트먼트는 그룹과 성장을 함께 할 혁신 기업들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기술적 차별성을 지닌 벤처 기업과 동반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동국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등 철강 연관 사업 ▲정보기술(IT)·물류·인프라 등 그룹 유관 산업 ▲신수종 사업 투자를 병행할 방침이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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