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임성수 기자 =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갈라지고 있다. 일부는 자사주 소각·자산 재편 등 주주 요구를 수용하는 반면, 일부는 배당 확대 요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업종별로 대응 방식에 대한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에게 알아보니 “산업 기업들에게 자사주 소각과 배당 성향 확대는 법적·경영 리스크 탈피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보험업권의 경우에는 장기 리스크 관리를 전제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권별 자본 구조가 갈랐다…산업은 ‘밸류업’, 보험은 ‘건전성’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을 둘러싼 대응 차이는 업권별 재무 구조와 규제 환경에서 비롯된다. 산업 기업은 자사주 소각이나 자산 재편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보험사는 자본 규제와 장기 리스크 관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지급여력비율(K-ICS) 등 자본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배당 확대가 재무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산업 기업은 자사주 소각이나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유도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환경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고객 자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배당 확대는 규제와 장기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DB손보는 ‘신중’, KCC는 ‘수용’…행동주의 대응 온도차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배당 확대와 자본 정책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DB손보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DB손보는 자본 건전성과 장기 리스크 관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으며 보험업계에서도 단기적인 배당 확대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반면 KCC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에 대해 비교적 전향적인 대응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과 비핵심 자산 정리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시장과의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CC의 자사주 소각 계획이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1일 리포트를 통해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주당순이익(EPS) 개선을 넘어 시장에서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번 소각 계획을 평가했다.
◆행동주의 확산 속 ‘상법 개정’ 첫 시험대…주총 이후도 변수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최근 더욱 확대되는 흐름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은 공개 주주서한과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개정 상법을 통해 이사회의 ‘주주 이익 충실 의무’가 강조되면서 이번 정기주주총회는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향후 기업별 대응 전략이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지, 혹은 업권별 규제 차이에 따라 갈등이 장기화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번 주총 시즌의 핵심은 행동주의 확산 자체보다 업권별 자본 구조와 규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주주 요구를 수용하거나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SP통신 임성수 기자(forest@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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