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한국은행 본관 구석구석 한은 노조의 호소가 담긴 포스터가 걸렸다. 여기엔 ‘한은법 개정, 통화정책 독립, 한은 위상 회복’이라는 문장들이 쓰여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한은이 통화정책을 두고 엇박자를 보이며 한은 통화정책의 무용론과 함께 한은의 독립성 훼손과 관련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며 “가계부채의 증가세에 대해 우려는 되지만 미시적인 정책과 거시적인 정책을 함께 봐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한은은 꾸준히 긴축을 시사하며 기준금리를 인상해왔고 이날을 포함해 올 들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수 차례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엔 ‘과도한 기대’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물가 안정과 관련해 연내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꾸준히 시장금리를 압박해왔다. 올해 첫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내려갔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최고 연 8%를 돌파하자 금융당국이 인상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자 기준금리는 올랐지만 수신금리는 오르지 못했다.
문제는 정부와 당국의 금리에 대한 지속적인 간섭과 압박으로 기준금리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통상 기준금리의 결정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리지만 충분히 반영될 시간을 주지 않고 금리를 압박해 기준금리가 말 그대로 ‘명목상’ 존재하는 숫자에 불과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는 “기준금리를 아무리 인상하거나 인하해도 은행에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한은의 독립성이 약화된 것에 대해 걱정이 된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만약 한은이 미시적인 정책을 안 해서 자금 순환이 되지 않는다거나 또 다른 금융불안이 생긴다면 거기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사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GDP대비 가계대출은 지난 70년간 몇 번의 위기 후 외환위기, 카드사태, 코로나19위기 직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곤 꾸준히 상승해왔다. 앞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이미 늘어난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영향이 있어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면 새마을금고 위기, 역전세난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의 물꼬를 트는 미시적인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대책을 균형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이 보실 때는 정책공조가 잘 되고 있다, 어떤 분은 통화정책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며 “정부와 함께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도 통화정책을 이끌어갈 때 가계부채의 원만한 하락세를 갖고 갈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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