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아랑 기자 = 현대제철이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 설비 일부를 폐쇄하기로 추진하면서 국내 철근업계가 가동률 조절을 넘어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시적인 감산이나 셧다운으로는 더 이상 손익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생산능력 자체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에서 소형 철근을 주로 생산하던 90톤 전기로 제강 설비와 소형 압연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해당 설비는 인천공장 전체 철근 생산능력 약 160만톤 가운데 80만-90만톤을 차지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천공장의 연간 철근 생산량은 사실상 절반인 70만-80만톤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결정 배경에 대해 현대제철 측에 들어보니 단기적인 수요 부진을 넘어 구조적인 채산성 악화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둔화로 철근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설비를 유지할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감산만으로는 손익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실제 철근 수급 구조는 이미 한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국내 철근 소비량은 약 700만톤에 그친 반면 국내 철근 생산능력은 약 1200만톤으로 추산된다. 수요 대비 공급이 70% 이상 과잉인 구조에서는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전기로 제강은 전기 에너지를 투입해 고철(스크랩)을 용해하는 방식이어서 비용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로는 전류를 흘려 용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가의 상당 부분이 전기요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 간 협의 과정에서는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는 방침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장 안팎에서는 설비 축소가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인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인식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기 대응을 넘어 향후 구조조정 논의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개별 기업 차원의 감산 이슈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국내 철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이 큰 곳”이라며 “설비를 폐쇄했다는 점에서 감산보다는 축소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 업체들이 가동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라며 “철근 수요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치산업인 철강업은 설비 규모가 이미 정해져 있어 수요가 급감해도 대응 여지가 제한적인 만큼 수요가 낮은 국면에서는 설비를 유지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철근을 구조조정 중점 품목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통해 철근 설비 조정을 유도하고 있으며 올해 시행 예정인 철강산업특별법(K-스틸법)을 계기로 자율적인 설비 축소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철근업계 전반이 감산을 넘어 생산능력 축소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만 기다리며 버티는 전략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설비 구조조정 없이는 출혈 경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SP통신 최아랑 기자(arang246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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