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안민지 기자) = 국민은행 이사회가 23일 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한편 별다른 행동없이 메일 한통만으로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을 가지고 논 IBM은 어부지리(漁夫之利)하게 됐다.

‘KB내분사태’로 표현되는 이번 사건은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시작됐다.

IBM의 메인프레임은 우수한 보안성을 자랑하지만 유지·보수비의 값이 상당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메인프레임의 장기 일괄사용 계약의 불리한 계약 조건 개선과 중장기적인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주전산시스템 기종변경 검토를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주전산시스템의 기종결정 구성 및 운영을 결정을 논의하고 9월 30일 IBM측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IBM측과는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11일 경영협의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유닉스 시스템 변경건이 결의됐다. 그에 따라 성능을 확인 차 지난해 12월부터 이번년 3월까지 약 3개월간 유닉스 기종에 대한 BMT(Bench Mark Test)를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했다. 여기에는 HP, 오라클, IBM 등 유닉스 공급업체들이 자비부담까지 해 가며 참여했다.

문제는 4월 14일 IBM대표가 이 행장에게 한통의 이메일을 보냄으로 야기됐다. 이를 본 행장이 정병기 감사 등에게 IBM의 제안 내용을 재검토 해 달라 지시한 것. 4월 24일 은행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는 주전산시스템으로 유닉스가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5월 19일 상임감사위원이 이에 불응,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BMT는 일반적인 성능 테스트가 아니다.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비교 시험을 반복해서 성능을 평가하는 테스트다. 국민은행은 2881만명(3월말 기준)의 고객이 있으며 소매금융이 중심이기에 막대한 전산량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산시스템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의 BMT에서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계약을 위해 부담을 감수하며 참여한 기업들도 있었다. 정상적인 주전산시스템 변경 절차가 IBM측의 메일 한통에 흔들린 것.

국민은행측이 현 상황에서 IBM의 메인프레임을 고려한다면 2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 번째는 우선협상자였을 때 조건을 맞추지 못한 IBM에 대한 특혜 논란이다. 이미 타 업체들도 비용을 내며 참여한 마당에 IBM을 재고려한다면 손해배상 등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

두 번째는 국민은행 내부 주체성의 위협이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결정과 무관하게 외부의 ‘편지 한통’에 조직의 결정이 흔들리는 모습은 3자가 보기에 내부의 안정성을 의심토록 한다.

은행은 전산시스템이 업무의 기반이자 전반이다. 따라서 2015년 IBM과 계약종료를 앞두고 미리 새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같은 내분속에서 시스템교체를 하지 못할 시 IBM과의 연장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메일 한통으로 국민은행이 양편으로 갈리는 동안 이득을 취하는 것은 IBM이 될 것이다.

어찌됐던 이번 국민은행 이사회의 IBM 제소 결정은 ‘조직결정이 외부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사회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archive@nspna.com, 안민지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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