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동결했지만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 2월에는 경기 개선과 물가 안정 속 ‘여유 있는 동결’이었다면 4월에는 중동전쟁 충격 속 ‘불확실성 대응 동결’로 성격이 바뀌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면서 지난 2월과 4월 모두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라는 판단 아래 금리를 동결했다.
반면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은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 및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을 동결의 이유로 들었다. 같은 ‘동결’이지만 2월이 ‘점검’이라면 4월은 ‘불확실성 대응’에 가깝다.
경기 판단도 뚜렷하게 바뀌었다. 지난 2월에는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성장률 전망을 기존 1.8%에서 2.0%로 상향하며 “개선세 지속”을 강조했다. 반면 4월에는 중동 사태 이후 경제심리 위축과 일부 업종 생산 차질을 언급하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성장 경로가 상향에서 하향으로 뒤집힌 셈이다.
물가 인식도 달라졌다. 지난 2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낮아지며 “목표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4월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물가 상방압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는 2%대 중후반으로 높아지고 기존 전망치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가 잡혔다는 판단에서 다시 불안 요인으로 돌아선 것이다.
◆‘성장↓·물가↑’…정책 딜레마 진입
특히 이번 4월 의결문에서 가장 큰 변화는 리스크 구조다. 지난 2월에는 반도체 경기, 내수 회복 등 일반적인 경기 변수들이 주요 리스크로 언급됐다.
이와 달리 4월에는 중동전쟁을 계기로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상승하는, 이른바 ‘성장 하방·물가 상방’ 구조가 동시에 부각됐다.
정책 스탠스도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2월에는 성장 지원과 물가 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하며 정책 여건을 점검하겠다는 수준이었다. 반면 4월에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표현과 함께 중동 사태 전개와 파급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책 방향을 유보하는 ‘초관망’ 모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변화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진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성장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정책 대응 여지는 좁아졌다. 결국 한국은행은 내부 경기 흐름보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등 외부 변수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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