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크게 출렁이고 있다.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하락하며 달러는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국면이다.
이번 변동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유가→물가→금리→자산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그 여파는 국내 외환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속 DB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월 말 대비 0.35%p 상승했고 영국(+0.67%p), 독일(+0.44%p) 등 주요국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이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키운 데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약화된 영향이다. 실제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 횟수는 2월 말 2.4회에서 4월 초 0.3회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미국 S&P500은 3.8%, 일본 니케이와 독일 DAX도 9%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는 12% 급락하며 낙폭이 두드러졌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달러 인덱스(DXY)는 상승했고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엔화 역시 에너지 수입 부담 확대 우려로 약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흐름의 출발점은 유가다. 국제유가(WTI)는 지난 2월 말 배럴당 67달러에서 4월 초 113달러까지 약 70% 급등했다.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가 공급 불안을 자극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곧바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을 압력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약화됐다. 실제로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 횟수는 2.4회에서 0.3회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면서 주가에는 하방 압력이 생긴다. 여기에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
특히 이번에는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 GDP성장률이 둔화되고 사모신용 부실 리스크가 지속된 가운데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의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즉 단순 금리 문제가 아니라 성장 스토리 자체에 균열이 발생했다.
◆한국, ‘환율 상승·자금 유출’ 이중 충격
이 같은 글로벌 변화는 한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1530원까지 급등한 뒤 15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 상승의 배경은 명확하다. ▲국제유가 상승 ▲달러 강세 ▲외국인 주식 순매도다. 특히 외국인 자금 흐름이 핵심이다. 3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권시장에서 총 365억달러를 순유출했다. 주식(-297억 8000만달러)과 채권(-67억 7000만달러)이 동시에 빠져나갔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단순 차익실현이 아니라 리스크 회피성 자금 이동으로 해석된다.
임준혁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과거에도 없던 현상은 아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는 위험회피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금 유출의 성격은 자산별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자금은 중동 리스크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위험자산 회피 흐름 속에서 유출된 반면 채권자금은 지정학 요인보다는 국고채 만기 상환 등 수급 요인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이번 국면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DB는 변동성이다.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의 일평균 변동폭은 11.4원으로 전월(8.4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변동률도 0.76%로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방향성뿐 아니라 불확실성 자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대외 외화차입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단기 차입 가산금리는 큰 변화가 없었고 중장기 가산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조달 기반이 여전히 견조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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