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압력 확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대응을 통해 충격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2일 한국은행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2.0%)보다 0.2%p 상승한 수치다.
이번 물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 급등이 주된 요인이다. 실제로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월 -2.4%에서 3월 9.9%로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서 촉발됐다. 두바이유는 2월 배럴당 68.4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급등했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1448원에서 1493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88.6원에서 1836.4원으로 약 148원 뛰었다.
다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0.6%로 하락 전환하고 정부의 유류 가격 안정 정책이 일부 효과를 내면서 물가 상승폭은 제한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오히려 소폭 둔화됐다. 설 연휴 이후 여행 수요가 줄면서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완화된 영향이다.
◆정부 “유가발 물가 상승 압력 확대 가능성…불확실성 커”
문제는 향후 흐름이다. 한은은 4월 이후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서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중동 정세 전개와 유가 흐름이 핵심 변수로 꼽혔다.
같은 날 정부도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대응에 나섰다. 회의에서는 미국-이란 협상 관련 발언 등 지정학적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 시장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5조원 규모의 국채 긴급 바이백 등 안정조치로 금리 변동성은 완화됐고 외환시장도 제도 개선과 자금 유입 기대 속에 안정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되면서 외국인이 4조4000억원 규모 국채를 순매수하는 등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물가 자극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약 0.2%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취약부문 지원 중심 구조를 감안할 때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대신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국회 통과와 집행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경과 연계해 총 27조원 규모의 정책금융도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정책 대응 여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은이 직접 “유가 경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힌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정세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겠으나 식료품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석유류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안정대책도 비용측 물가상방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경로상에 중동상황 전개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