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중동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유류비 지원과 현금성 지급을 동시에 투입하는 ‘이중 대응’ 구조로 사실상 준(準)보편적 지원에 가까운 민생 방어형 재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지만 반면 물가를 자극하거나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1일 정부는 총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고유가 부담 완화(10조 1000억원), 민생 안정(2조 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2조 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9조 7000억원) 등에 집중된다.
특히 전체의 약 40%가 투입되는 고유가 대응이 핵심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대중교통 환급 확대 등을 통해 전국민 유류비·교통비 부담을 낮추는 데 5조원 이상을 배정했다.
여기에 더해 소득 하위 70%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의 현금성 지원도 실시한다. 지역에 따라 지급액을 차등화해 취약계층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받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정책 조합은 가격 통제와 현금 지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경기 부양을 넘어 유가 충격을 직접 흡수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 분야에서는 취약계층 긴급복지 확대와 소상공인 재기 지원, 청년 창업 및 일자리 지원 등에 2조 8000억원이 투입된다. 농축수산물 할인과 문화·숙박 소비 지원도 포함돼 체감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을 동시에 노린다.
산업 대응도 병행된다. 수출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과 물류 지원을 확대하고 석유·나프타 등 핵심 자원의 수급 안정에도 재정을 투입한다.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투자 확대를 통해 에너지 구조 전환도 추진한다.
재원은 증시 및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과 기금 재원으로 마련된다. 총지출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은 50.6%로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고유가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생과 산업을 동시에 지키는 위기 대응 패키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경기 하방을 방어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물가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한 금융권 연구원은 “고유가 충격으로 위축된 소비를 일정 부분 보완하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여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금성 지원은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고 현재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돌파했는데 재정확대는 통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확장 재정이 이어질 경우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이 거론되고 그러면 시장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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