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정섭 기자) =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국내 최대 제철업체인 포스코가 TV광고 등을 통해 내세운 카피문구다.

이 광고는 포스코가 민영화를 계기로 포항제철에서 포스코로 사명을 바꾸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차분하고 조용하면서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듯 하다.

포스코는 규모면으로 볼 때 글로벌기업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외형상 매출은 룩셈부르크의 아세로 미탈사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듯 보인다.

요즘 언론에서 터져나오는 포스코의 일면들은 글로벌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광고 카피문구에 나오는 것과는 정반대로 소리가 요란스럽기까지 하다.

최근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에서는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 여직원이 수십억 원의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케했다.

이 여직원은 허위전표 등을 작성하는 수법으로 포스코건설 측이 밝힌 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횡령해 유용했다.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라는 카피문구는 ‘소리없이 자금을 횡령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웠다’는 이 상황과 어쩌면 이리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기묘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심쩍은 부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부에선 추가 여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횡령규모가 100억원대에 달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직원의 결재권한에 관한 것도 납득이 안간다. 어떻게 비정규직 직원에게 결제권한이 주어줬을까 하는 점이다.

또 30억원이 되는 거액의 자금을 아무런 의심없이 여직원의 결제 처리만으로 집행됐다는 게 어찌 가능했을까? 이건 상부의 묵인이나 방조가 없이는 절대 가능하지 못할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다 도대체 2년여동안 포스코건설측은 뭐했냐 하는 점이다. 매년 감사를 진행할텐데, 만약 횡령사실을 몰랐다면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은폐의혹이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참에 포스코건설측은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숨김없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조금이라도 은폐하고 있는 게 있다면 지금이라도 털어놓아야 한다. 정말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강한 글로벌 기업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잘못된 건 과감하게 시인하고 반성하면서 고치려는 자세, 그게 바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옳은 모습이 아닐까?

이번 일은 단순하게 한 여직원의 부정행위로 치부할게 아니다.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큰 사건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진 모르겠지만 포스코건설측은 사건발표 시점과 때를 맞춰 ‘3억달러 수주’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횡령사건과 관련된 내용의 기사들을 감추기에 급급해 하는듯 보인다.

정말 꼴상 사납기 그지없다.

지난해 포스코에너지 임원이었던 모씨가 로스엔젤레스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라면서비스를 제대로 하지않는다고 여승무원을 폭행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이른바 ‘라면상무’ 사건이다.

포스코그룹이 어쩌다가 이런모습들을 자꾸 보여주게 됐는지 안쓰럽기 그지없다.

포스코그룹은 정말 변해야 한다. 너무 기업이 비대해져서 이와 같은 불미스런 일들이 자꾸 발생하는진 모르겠지만 세계 2위회사에 걸맞는 모습들은 아닌듯 하다.

광고 문구에 나오는 대로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려면 내부단속부터 잘해야 한다. 필자가 칼럼을 통해 왜 이렇게 포스코에 대해 따끔한 질타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부가 시끄럽고, 안좋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날진데 어찌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겠다는 건가?

(본지 편집부국장 겸 산업부장)

desk@nspna.com, 박정섭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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