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성 존 필린 장관(오른쪽 첫번째)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 모습 (사진 = 한화 그룹)

(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핵추진잠수함 건조 장소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잠수함을 건조하는 ‘병행건조 투트랙 전략’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한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한미 조선 협력 추진방안 세미나’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용인시병)은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우리나라 조선산업과 지역경제의 성장이라는 방향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건조냐 해외 건조냐 하는 이분법적 틀에서 탈피해 가장 합리적인 건조 방안을 찾아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미 양국의 안보와 산업적 관점에서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방안으로 한국 핵추진잠수함은 국내, 미국이 원하는 잠수함은 미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투트랙전략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맞물리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10월 한미 정상회담 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승인하며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미국 내 조선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전 국가안보실 방산 담당관)은 이날 기조 발제를 통해 “미국이 현재 연간 약 1.2척 수준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능력만 보유하고 있어 2054년 목표인 66척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리조선소 활용을 통한 병행건조는 미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국은 예정된 핵추진잠수함을 적기에 확보하면서 건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윈-윈’ 구조다”고 설명했다.

또 최 수석전문위원은 “핵추진잠수함의 작전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비(MRO)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며 “2023년 기준 핵추진잠수함 가운데 약 33%인 16척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를 기다리는 유휴 상태로 이는 미 해군 조선소의 인력 부족과 시설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한화 필리조선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잠수함 건조 능력이 검증된 조선사의 외주 생산도 가능하다고 봤다. 핵심 원자로 시스템 및 전투체계는 미국의 기존 핵추진잠수함 건조 조선소에서 담당하고 필리조선소에서는 선체와 격실 블록 제작 및 조립과 같은 일반 선체 공정을 맡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 내 규제와 충돌하지 않고 단시간 내 협업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실제 원자력 전문가들은 필리조선소를 활용한 한미 병행건조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기술의 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동 건조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들이 설계·생산·시험·정비 등 전 단계에 투입되면서 핵심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농축우라늄 연료 등 한국형 모듈 개발 참여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핵추진잠수함 기술 및 핵연료 자립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마스가 투자금인 1500억 달러를 한화(000880)그룹이 인수한 미국 내 필리조선소 등에 투자해 핵잠 건조 인프라를 확충하고 여기서 극도로 민감한 기술인 원자로나 전투체계 외에 선체 블록 등을 건조하게 하면 미국의 핵잠 건조역량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며 필리 조선소에서의 건조를 거론한 건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라는 뜻 보다 한미 조선 협력을 토대로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우리가 먼저 마스가의 새로운 방향으로 미군 핵잠 건조에 대한 양국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방사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 출신인 에스앤에스이앤 류성곤 에스앤에스이앤지 상무도 “국내 업체가 인수한 미국 조선소 또는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핵잠을 포함한 미국 함정 건조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수함 국산화율 80% 이상…‘독자 건조가 해답’

이번 국회 세미나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건조를 승인한 한국형 핵잠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정부로부터 원자로 등의 핵심 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전례가 영국 외에 없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독자 개발에 나서는 것이 답이라는 주장이다.

류성곤 상무는 “한국 핵잠은 한국에서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건조하고,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핵잠 건조에도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해군 잠수함 사령관 등을 지낸 정일식 한국기계연구원 국방기술연구센터장은 “정부는 20여년 전부터 핵잠 건조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법률·외교적 과제를 식별했고, 이를 통해 핵잠 개발을 위한 산업적 기반을 충분히 마련해 놓은 상태다”며 “현재 (재래식) 잠수함 국산화율도 80%가 넘는 만큼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21세기 차세대 거북선’인핵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핵잠 건조는 원자력·소재 등 우리 핵심 산업의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며 “우리 정부는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핵잠 건조를 위한 여건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왔다”며 자체 개발 역량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국회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부승찬·김영배·김원이 의원의 주최로 개최됐고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방위산업담당관 등을 지낸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이 기조 발제를 맡았다.

NSP통신 강은태 기자(keepwatc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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