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AI(인공지능) 은행원과 대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민망함을 이겨낼 ‘용기’다. 고요한 지점의 한가운데서 마이크에 대고 “환전하고 싶어요”를 약 3회 정도 말할 수 있는 용기. 이 문턱을 넘으면 클릭만으로 환전 후 바로 실물 화폐가 고객의 손에 쥐어진다. 때문에 마이크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고객을 위해 대화 예시문을 화면 옆에 띄워주거나 쑥스러움이 많은 고객을 위해 잔잔한 BGM을 깔아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메인 서비스는 ‘환전’…공간 배려는 ‘굿’·아이콘 크기는 ‘아쉬움’
12일 기자는 서울 서소문의 신한은행 AI브랜치에 방문했다. AI브랜치는 신한은행이 지난달 오픈한 미래형 영업점이다. 2층에는 프리미엄 서비스와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AI브랜치의 ‘메인’ 서비스는 환전이다. 이종현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차장은 “AI브랜치의 키(Key) 서비스는 환전”이라며 “보통 은행 앱(App)에서 환전을 하면 다음 날 찾을 수 있지만 AI브랜치에서는 즉시 찾고 실물화폐까지 바로 수령이 가능하다. 환율우대도 신한쏠(SOL)과 같이 90%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녁에도, 주말에도 언제든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고객분들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신다”며 “앞으로 환전 관련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환전 서비스’를 받기 직전까지 고객이 넘어야 할 관문들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한 지점의 입구에서 마이크에 대고 원하는 거래를 소리 내어 말해야 한다. 이 차장은 “여기에서 고객의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말하기를 꺼려 하는 고객님들도 계신다”며 “이러한 고객 성향을 고려해 쇼파에는 태블릿도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다음은 ‘속도’다. 보통 대화는 한 사람의 말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사람의 말이 이어지는데 AI브랜치의 화면과 이뤄지는 대화는 사이사이에 텀이 있다. 화면 속 AI은행원이 질문을 하면 ‘듣고있어요’라는 아이콘이 띄워진 후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해야 입력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콘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말을 하면 말이 인식되지 않는다.
이 아이콘이 화면의 정중앙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화면 맨 위 왼쪽 끝에 작은 크기로 나타난다.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고객은 이 아이콘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기자도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다. 어르신 고객의 경우 ‘왜 말을 못 알아듣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자의 경우 “환전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세 번 했다. 결국 AI은행원은 기자를 직원상담창구로 안내했다. 이후 “환전”이라고 말하니 환전서비스 안내 화면이 나타났다. 아직은 완벽한 대화보다 키워드를 정확히 말해야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태다.
이렇게 용기를 내서, 침착하게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고객에겐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신조어 알잘딱깔센의 의미) 다음 과정이 진행된다.
입구에서 고객이 말한 거래는 반투명한 유리문으로 둘러싸인 부스에서 이뤄진다. 창구를 부스로 만든 이유는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고객은 직접 마이크에 대고 여러 가지 개인 정보를 말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창구를 독립된 공간 형태로 만들었다. 또 쑥스러움을 타는 고객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코인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도 반영된 것.
이어 계좌인증 후 신분증 확인이 끝나면 환전이 이뤄지고 바로 옆 공간에 있는 외화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환전금액을 수령 할 수 있다. 중간중간 화면에 띄워진 물음표 아이콘을 클릭하면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기자의 경우 “여기서 환전하면 환율 우대 얼마나 해줘요?”라고 물으니 AI은행원은 “AI창구에서 주요 통화 환전시 최대 90%까지 환율우대가 가능해요”라고 답했다.
◆“어색해도 일단 보여드리자…고객과 소통으로 발전할 것”
기자가 AI브랜치를 둘러보는 사이 외국인 부부가 이 공간에 방문했다. 그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들어섰지만 입구에서 서성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바로 직원 상담 창구로 이동했다.
이 차장은 “외국인분들은 지금 AI창구를 사용하기 어렵다. 외국어까지 반영돼 있지 않아 외국인들은 ‘Foreigner(외국인)’ 아이콘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직원 상담 창구로 안내된다”며 “이는 향후 저희가 업그레이드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별도의 창구나 서비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에는 바닥에 고속도로 색깔유도선처럼 단순업무·예·적금, 대출·외환 등 색깔별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어르신들이 화면만 보고 특정 창구를 찾기 어려우실 수 있어 만든 것이다. 기자 역시 AI브랜치에서는 입구에서 창구를 안내받았지만 비슷한 색감으로 만들어진 창구들이라 한 번에 찾기가 어려웠다.
이 차장은 “기기 조작이 쉽지 않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 말로 하는 업무를 늘리거나 글자 크기를 키우는 등 UI나 UX에서 개선할 부분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보다 수월한 금융거래를 위해 이 지점에 직원 약 15명을 배치했다. AI브랜치와 유사한 규모의 일반 지점에는 약 12~13명의 직원이 배치된다. 기존창구보다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것. 그 이유는 AI서비스가 낯선 고개들을 돕기 위함이다. 이 차장은 “원래 AI브랜치는 직원이 필요없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기기조작에 미숙한 고객들 옆에서 가이드해드리기 위해 안정화 기간 동안 인원을 충원했다”며 “어느정도 정착이 되면 이 직원들을 다른 곳으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은 서툴고 어색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먼저 AI브랜치를 공개한 이유는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발전하고자 함’이다.
이 차장은 “AI브랜치에서 OTP 카드 재발급도 영업점이 닫은 시간에 즉시 발급이 가능하고 증명서 발급과 같은 업무도 프린터가 없으시거나 당장 다음날 제출해야 하는 경우 바로 발급 가능한 서비스 등 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렇게 고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업무들을 더 찾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완벽하게 만들어서 오픈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고객의 의견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오히려 약간 미숙한 상태이지만 오픈을 하고 고객의 의견을 받아 개선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현재 65개의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불필요한 업무들은 줄이고 키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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