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통신) = 분양시장이 청약접수 후 견본주택을 오픈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견본주택도 못보고 청약하는 정식청약자는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약률 0% 단지’가 속출하는 등 청약통장을 극도로 아끼는 현상이 두드러지자, 건설사들도 무순위나 4순위 청약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1~순위 청약에서 2100여가구나(전체 3316가구 중) 미달됐던 고양시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도 최근 무순위(4순위) 접수에서 2500여명이 접수해 모집 가구수를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양에 나섰던 고양시 식사지구 벽산블루밍, 파주신도시 남양휴튼, 김포시 걸포동 오스타파라곤 모두 순위내 보다 4순위 청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무순위 접수들은 지역거주나 청약통장보유 여부의 제한이 없는데다 재당첨금지 등의 규제없이 로얄층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청약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건설업체들도 순위 밖의 무순위 접수자를 잡기위해 승부수를 걸고 있다. 즉, 견본주택의 개장일인 그랜드 오픈(grand open)시점을 아예 1~3순위 청약일 이후, 실시하는 사업장까지 나타났다. 청약률이 떨어질 1~3순위 접수를 등한시하고 무순위 청약에 홍보를 집중하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례적인 것. 일반적으로 모델하우스의 그랜드 오픈 시점은 분양사업장의 입주자모집공고가 게재되는 날이나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로 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순위내 청약접수에 앞서, 견본주택 집객효과를 높여야 정식 청약일에 확실한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분양시장 양극화로 미분양사태가 수도권까지 엄습되자, 대부분의 분양업체들이 초기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무순위 접수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오는 18일 견본주택을 본격 개장할 파주시 연풍리 동광건설(모닝스카이) 담당자는 “이미, 이달 초 7~9일 순위내 청약접수일이 지났다. 어차피 택지지구가 아니었던데다 인근 파주신도시도 4순위 청약접수에 선전한지라 정식 청약일에 기운을 빼기보다 무순위 계약자에 관심을 쏟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주 1~3순위 청약접수에 나서는 평택 용이동 반도건설도 청약접수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모델하우스 완공조차 안 된 상태로, 날이 따듯해지는 봄 분양시장을 노려, 오는 3월경이나 본격 개장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확산될 소지가 높아 보인다. 랜드마크 사업장이 아닌 곳이나,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지역수요를 상대로 견본주택을 가 오픈하긴 하겠지만 본격적인 마케팅 시점은 정식청약일 이후로 미뤄 실수요자를 유치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극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선분양시장에서 청약자의 편의를 너무 무시한다는 처사다. 미분양 사태와 청약률 0%아파트가 속출하다보니 건설사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러한 마케팅을 선호하는 것이겠지만 청약통장을 가지고 청약에 임하는 실수요자에게는 청약 전, 알 권리를 박탈하는 면도 있다.

인기 분양사업장의 경우엔, 당첨자나 계약자에 한해서만 견본주택을 보여주는 깜깜이 청약방식을 선보이더니 이제는 옐로칩 단지들조차 정식청약일이 지나야 견본주택을 보여주니 청약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순위내 청약접수 후 견본주택을 그랜드 오픈하는 사업장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영화블렌하임,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반도유보라, 경기 평택시 용이동 반도유보라,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모닝스카이, 충남 서산시 동문동 신한미지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