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일주일 더 연기했고 검찰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처럼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함께 우리금융그룹을 거세게 압박하자 금융권 안팎에서 이같은 압박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피의자 신분 전환과 은행장 사무실, 우리금융 회장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수사에 대한 결과 발표 전부터 CEO를 향한 ‘보여주기식’ 압박에 매몰돼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일주일 연장했다. 당초 정기검사는 지난 15일 마무리가 될 예정이었지만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2일까지 일주일 연장한 뒤 이번에 또 일주일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
이와 함께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이 지난 22일 오후 손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과 금감원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처남댁과 처조카 등)이 관련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에게 대출해 준 616억원(42억원) 중 350억원이 부적절한 대출이라 보고 있다. 또 이 부당 대출에 손 전 회장의 개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조 행장 역시 부당대출에 직접 연루되진 않았지만 사후 위법 사실을 파악하고도 고의로 금융당국에 보고를 지연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들였다.
지난 24일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엄중한 인식하에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수 차례 이어진 검찰과 금감원의 압박에 금융권은 술렁인다.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금융당국에서 강한 제재를 할 순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일단 금융당국과 검찰이 동시에 한 금융사를 조사하기 위해 나선 것부터 이례적이다. 올해에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자택을 포함해 우리은행 본점 등 우리금융그룹과 관련해 네 차례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그중 지난 18일에 이뤄진 압수수색에선 우리은행장 사무실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무실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압수수색 이후 이례적으로 “우리금융 전직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안과 관련해 그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찰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검찰과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앞으로도 검찰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실이나 은행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회장실이나 행장실에 대출 서류같은 증거가 나오기 어려운데 이같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회장실을 짓밟았다’는 일종의 상징적인 행위로밖에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KB금융의 도쿄지점 5000억원 부실대출 사건이 드러났던 2014년, 금감원은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중징계로 몰아갔지만 해당 사건은 전임 회장인 어윤대 전 회장 임기에 발생한 것이었다. 함께 제기됐던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 등 논란 역시 당시에도 회장의 직무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금감원의 관치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임영록 전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했을 때 금융위원장을 지내온 경험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소통도 원활할 것이라 예상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외부에서 뒤흔들고 내부에서도 서로 문제를 제보하고 파벌싸움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충성심이 떨어져 말 그대로 ‘내부’의 ‘통제’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문제를 두고 현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과도하다”며 “사실상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감원이 검사를 하고 검찰에 수사요청을 한 상황에서 아직 검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는데 현 행장 피의자 전환에 현 회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우리금융지주 이사들은 정례 이사회를 열고 조 행장 연임이 어렵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행장 후보는 내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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