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4대 시중은행 CEO(최고경영자)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됨에 따라 은행들은 차기 은행장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횡령,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연임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해인 만큼 보다 면밀한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방어 높은 점수…이재근·정상혁·이승열 ‘맑음’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4대 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연말 종료된다. 통상 행장의 임기는 기본 2년에 추가로 1년을 더한 ‘2+1’로 3년의 임기가 주어지지만 올해는 규모가 큰 금융사고가 잦아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금융권이 금융사고로 들썩이는 와중에 신한은행은 유난히 고요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고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한 달 만에 사임한 후 급작스럽게 취임했지만 실적과 내부통제, 두 가지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정 행장은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했다. 또 취임 첫해인 지난해 3조 6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는 2조 5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해 2년의 임기를 마친 후 올해 초 연임했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2년 2조 9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후 지난해에는 3조 261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홍콩ELS 손실 관련 보상과 충당금 적립의 영향으로 1분기 순이익이 3895억원으로 줄었지만 2분기 충당부채 880억원을 환입, 1조 11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위기대응에 성공했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 강조했던 디지털 금융에서도 성과를 냈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지난 6월 기준 월간활성고객(MAU) 1240만명을 넘어서며 은행권 앱(App) MAU 1위를 차지했다. KB스타뱅킹 이용 만족도 향상을 위해 꾸준히 고객의 의견을 받아 모니터링 및 개선을 이어온 결과다.

하나은행에서 처음으로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 된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연임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승열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기업대출에 힘을 실으며 3조 4766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리딩뱅크에 올라섰다. 특히 ‘퇴직명가’ 은행답게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전 금융권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수익률은 7.2%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렇다 할 내부통제 이슈나 금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지 = 강수인 기자)

◆금융사고로 얼룩진 우리은행…조병규 연임 ‘흐림’

반면 우리은행은 대규모 금융사고들이 수차례 발생해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올해 초에 발생한 180억원대의 횡령 사고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계된 350억원대의 부당 대출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여부로 시끄러웠던 지난 7~8월엔 56억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180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 행장은 준법감시인을 교체하고 직원들에겐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이라고 강조했지만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과 함께 위조 서류를 감별해내지 못해 56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형 금융사고에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까지 드러나며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경영진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임원회의에서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이어 같은 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것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영진을 질타했다.

이같이 금융사고에 대한 조 행장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1년 앞당겼다. 또 이달 예정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국회 정무위원회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함에 따라 조 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적용됨에 따라 CEO 인선 자체에 내부통제가 이전과는 다르게 더 면밀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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