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우리금융지주의 연이은 횡령사고에 이어 전임 회장이 연계된 부당대출까지 발생하면서 지속된 내부통제 문제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까지 돌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의 ‘경영관리’에 대한 위기관리 대응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던 임종룡 회장은 전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금융수장으로 취임당시 우리금융의 성장에 큰 기대를 모았다. 당시 우리금융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불명예 퇴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임 회장의 등장은 금융정책의 수장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경영관리 능력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 연이은 횡령 등 금융사고와 부당대출까지 터지면서 논란을 피해가진 못했다.
특히 선대 회장부터 임 회장까지 끊이지 않는 횡령사건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점을 전면에서 새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돌았다.
◆ 불완전판매·횡령·부당대출 위기관리…사전 대응 ‘미흡’
선대 회장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현 임종룡 회장까지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총 772억 7780만원에 이른다. 특히 내부통제 강화를 더욱 외쳤던 올해만 해도 177억7000만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해 위기관리대응이 ‘보여주기식’ 내부통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임 회장의 취임 후인 2023년부터 지난 6월 20일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도 9건, 피해금액만 약 142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최근 손 전 회장 친인척의 350억 규모의 부당대출까지 드러나 그동안 가수 아이유 등의 유명 연예인들을 통해 이뤄졌던 ‘우리은행’의 브랜드 캠페인을 무색하게 했다.
특히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문제는 우리금융의 경영관리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은 사전에 발견돼 금융당국에 알려야 했지만 내부고발이 있고서야 수습에 나섰다. 이미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의 부당대출에 관한 소식이 소문으로 돌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우리금융이 알고도 이를 ‘부실여신’으로만 취급해 보고하지 않은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결국 경영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점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의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해 “횡령, 부정대출 등 이슈가 우리금융, 우리은행에서 사고가 반복되는데 대해서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라 보고 있고 금융위원장으로서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지주나 은행의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는 철저히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금융회사들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은 내부통제에 대한 조치들도 포함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기환 국민대 경영학 교수는 “전임 회장의 잘못을 알고도 현 경영진이 감췄다면 상당히 큰 문제가 된다”며 임 회장의 위기관리 대응이 부적절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금융의 손 전 회장 연계 부당대출 사건은 혈연으로 인해 부당한 대출을 내줘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한 것으로 간접적인 횡령”이라며 “회장의 윤리가 강하지 않다면 시스템, 내부통제관리위원회 등 조직이라도 강력하게 저지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의 관계자는 “손 전 회장 사태는 마치 대학교수가 2 더하기 2의 답을 5로 한 것과 같은 사례”라며 “기본 중에 기본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횡령사고와 부당대출에 대해 임종룡 회장의 사과도 임 회장 스스로 경영관리에 대한 대응 부족임을 드러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8월 12일 조 행장과 지주사·은행 전체 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끄는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히 바꿔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수 차례 우리금융에 대한 압박 발언들을 내놓고 있어 사실상 임종룡 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이 원장은 최근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등과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전임 회장 관련 대출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한 데 조직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매니지먼트 책임이 있지 않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 국회 정무위, 사실상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국정감사 소환
금융권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의 횡령사고, 부당대출 등과 관련 임 회장의 경영관리 문제에 대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 다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 회장의 국정감사 소환은 사실상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 회장의 국정감사 소환과 관련 권성동 정무위원회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임종룡 회장을 국정감사에 소환해 금융사고에 대해 여러 가지 질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덕 정무위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금융사고가 과거부터 이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쳥했다고 알려졌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감독을 해야 할 사람이 피감기관에 내려와 감독을 받는 위치에서 회전문같이 가고 있는 지배구조에서는 준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구조적으로 우리은행은 금융사고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취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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