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몇 달을 거쳐 금리가 올라가고 한도가 꺾이는 등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 조치들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금융당국이 이들을 위한 의견 청취 자리를 마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추석 전 은행장들을 소집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의논할 예정이다.
4일 KB국민은행 신관 지하 1층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가 개최됐다.
행사에 참석한 실수요자들은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권의 몸사리기로 대출 한도가 반으로 줄어들어 제2금융권까지 손을 뻗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한 실수요자는 “1억 대출이 필요해서 알아봤지만 한도가 5000만원~6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며 “농협은행, KB국민은행의 대출을 알아봤는데 이제 제2금융권 대출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또다른 실수요자는 “소상공인으로서 장사도 잘 안되고 자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문턱이 있다는 어려움을 말했다”며 “저는 1가구 주택 소유자인데 (대출 규제로 1가구 주택 소유자의 대출도 막히니) 이걸 좀 풀어주면 안 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펼쳐진 이유는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압박으로 은행권이 22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상한데다 당국에서는 2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시행함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었고 이에 더해 일부 은행에선 수도권 1주택자에게 주담대를 제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 역시 올랐다. 지난달 국토부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0.2~0.4%p 올렸다. 최근 급증한 가계대출의 주요 원인으로 정책성 대출 상품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수도권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한 경우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제한됐고 이같은 조치가 은행권으로 확산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출 규제 조치가 쏟아지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들이 기준이 없는 것 같다”며 “특히 버팀목·디딤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이 있는 차주인데 무턱대고 걸어 잠글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보면서 패키지 형태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연구원은 “정부에서 가계대출 한도를 규제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댇출이 단기간 내에 급증했다는 것은 DSR 규제로도 대출 증가세를 막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대출 상환 능력이 높은 사람들, 빚을 갚을 여력이 충분한 분들만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가계자금이 고소득자에게만 집중되고 취약한 차주의 경우엔 어려움이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정책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계대출의 급증 추세를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일부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가계대출 취급 목표치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혹은 명절 전 은행장들을 뵙고 내년도 가계부채 정책을 어떻게 할지, 은행에서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절 전에라도 대출 상품의 운영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은행들의 입장이 나오면 좋을 것”이라며 “은행에서 예측 못한 가계대출 급증 추위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들쭉날쭉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당국에서 일률적으로 맞추자고 하긴 어렵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기준을 맞춰야 소비자들이 혼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수익률 등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대 수익이 5~10%일 경우 대출 금리를 50bp, 100bp 올린다고 대출 니즈를 꺾기는 어렵다”며 “이것을 2015년, 2020년 등 많이 경험을 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에 개입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1금융권의 대출 벽이 높아지자 제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이 원장은 “선행 지표를 통해 대출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풍선효과는 아직 현실화 되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비은행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자금 공급의 문제는 있기 때문에 이것마저 막히지 않게 하기 위해 소통을 하려 계획 중”이라고 답변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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