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에 대한 압박과 이를 피해 경쟁적으로 확대한 기업대출의 부실로 인해 은행권 대출 영업이 위기다. 은행권은 우량 여신 위주로 대출을 취급해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대출 공격적 확대…부실 급증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7월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98조 216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 은행 전체로 확대하면 기업대출 잔액은 1304조 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 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압박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다.
문제는 기업대출 잔액이 늘어난 만큼 부실대출도 확대됐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 기업여신의 부실채권은 11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조 4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신규부실은 5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 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여신의 부실채권이 2조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수회복 지연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대출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2.6p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 흐름이며 지난해 10월 3p 하락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 중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의 심리지표로서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거세지는 금융당국 가계대출 압박
가계대출을 늘리기에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올해 가계대출 증강액이 연간 계획을 과도하게 초과한 은행에 내년엔 더 낮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목표를 수립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종의 패널티다.
금감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연간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정책자금대출 제외) 증가 비율은 평균 150.5%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모두 일부 가계대출 증가 수준이 계획보다 초과됐다. 이가운데 일부 은행은 연간 계획상 증가분의 4배 가까이 초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충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내년 은행별 관리계획 수립 시 평균 DSR을 더 낮추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압박에 은행들은 연이어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인상했고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리 인상은 쉬운 길”이라고 지적하자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만기와 한도를 동시에 줄이기 시작했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줄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신규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경우 기존 최대 1억 5000만원이었던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이같은 결정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같은 대출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가 힘들어질 것 같다”며 “상반기에 기업대출을 많이 했으니 하반기에는 이를 관리하면서 조심스럽게 기업대출을 다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을 적용하기 때문에 집을 매매할 때 주담대뿐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대출까지 끌어써야 하지만 은행에서 주담대, 마이너스통장까지 축소하면 금융소비자들은 제2, 제3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 전문가는 “가계대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부의 조치가 문제의 근본에 대한 논의 없이 현상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이는 대책들은 과거에도 시행됐으나 대출 총량을 줄이는 효과를 낳은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고소득자, 고신용자에 대출을 집중하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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