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중국발 후판 저가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셈법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산 후판 덤핑이 철강 3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당국과의 무역갈등 등 대외적 리스크를 고려할 경우 이들 기업들이 각기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후판 업체를 반덤핑(AD) 제소했다.
국내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로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 내에서 수용하지 못한 후판을 저가에 한국 등으로 밀어내면서 과잉 공급된 후판값까지 급락하고 있어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후판 AD 제소 배경에 대해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반입되면서 시장 가격이 한계 원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라며 “이에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강) 3사 모두 현 시점에서 후판 부문의 손익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현대제철과 달리 후판 AD 제소를 취하지 않고 있다.
양사가 제소에 소극적인 데에는 중국과의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동국제강도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중국에 수입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이번에 중국산 후판 AD 제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서도 “불공정 수입재 유입에는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5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후판 메이커 입장에서 향후 정부가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경우 현재 회사 전략이나 상황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 측은 후판 AD 제소에 대해 “별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산업부는 60일간 검토를 진행한 후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제소 일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제소와 관련해선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산업부와 직접 조율하고 있으며 제소일도 확정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 주체는 기업이므로 각 기업별 손익과 정성적 거래관계 등을 종합해 제소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후방산업의 가격인하로 인한 조선 등 수혜업종도 있을 수 있는 반면 제조업 기반 산업인 국내 철강산업의 유지 및 육성도 필요한 만큼 실제 반덤핑 관세 부과는 주무 부처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中 후판 덤핑에…철강업계 울고, 조선업계 웃고
중국산 후판 공급 과잉은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조선업계 호재로 작용한다.
국내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수입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6mm 두께 이상 철판인 후판은 주로 선박 제조나 건설 자재로 사용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톤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다. 올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중국산 후판 비중을 20%에서 25%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산 후판이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력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중국산 후판값은 국내산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한 70만원대에 거래된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던 철강업계가 지난달 말 후판 가격을 소폭 인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매년 상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올 상반기 후판 톤당 가격은 지난해 말 90만원 후반대에서 90만원 초반대로 조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 2022년 톤당 120만원대에 후판을 거래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25%가량 감소한 수치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조선업계로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현대제철은 후판 가격 하강을 막기 위해 올 상반기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후판은 철강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매출의 10~1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산 후판 덤핑에 의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는 국내 철강 기업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후판값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전년 대비 각각 영업이익이 50.3%, 78.9%, 23% 감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황 불황과 중국의 밀어내기 덤핑 등 겹악재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장기적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후판 반덤핑 제소가 통과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무역 제재를 받지 않도록 중국발 무역갈등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SP통신 최정화 기자(choij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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