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700억원 횡령, 100억원 횡령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우리은행에서 이번엔 배임 사고가 터졌다. 특히 이번 배임 사고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구멍이 드러났다. 손 전 회장의 지배력 행사 전엔 4억 5000만원에 불과하던 친인척 차주 대상 대출건이 454억원으로 불어남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원 부당대출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법인 등에 최근 4년간 616억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을 취급했으며 원리금 대납사실 등을 고려해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으로 이뤄진 162억원의 대출을 포함하면 총 616억원의 관련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출 중 약 350억원(28건)의 경우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지난달 19일 기준 전체 대출액 중 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기한이익 상실)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종료인 이달 9일 단기연체 및 부실대출 규모는 198억원이며 담보가용가 등 감안시 실제 손실예상액은 82~158억원 규모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후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지주회장과 은행장직을 수행하다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이 지주 및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액은 4억 5000만원(5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별도 사실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또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 담보설정,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 입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출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전결로 임의처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총체적 난국’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는 유난히 잦은 편이다.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한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직원은 검찰 수사 중 추가 범행이 드러나 횡령 금액은 707억원으로 불어났고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후인 지난 6월엔 우리은행 경남지역 지점 대리급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고객 명의로 허위대출을 통해 약 177억 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두 사례 모두 동일부서 장기근무 및 대내외문서 등록·관리부실 등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났다. 특히 700억원대 횡령사고를 일으킨 사고자는 약 10년간 동일부서에서 장기근무를 이어갔고 2년간 무단결근하기도 했다. 그는 OTP를 보관하는 부서금고를 관리하며 팀장 공석시 OTP를 도용해 무단결재했고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예치기관에 발송하는 방법 등으로 횡령을 저질렀다. 100억원대 횡령사고 역시 대출결재를 사고자가 스스로 해왔다.
이밖에 우리은행에서는 5200만원 규모의 고객공과금 횡령, 가상자산 투자 목적의 9000만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서 우리은행은 “최초취급시 해당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업체는 10개였으며 그 외 업체는 대출취급 후 사후 점검과정에서 원리금 대납 및 자금거래 등이 밝혀진 경우 특정인에 의한 지배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영업점장 전결여신을 이용한 분할대출 취급과 담당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지시, 대출차주의 위조서류 제출 등 여신심사 절차가 소홀한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 약속, 이번에는 지킬까
앞서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은행은 내부신고자에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고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영업본부에 배치해 내부통제 업무경력을 의무화하는 등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사고 대해 우리은행은 “유사한 사례 방지를 위해 부당여신에 대한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다양한 내부자신고 채널 확대, 반복적 여신심사 소홀 영업점장에 대한 여신 전결권 제한 및 후선배치, 여신 사후관리 등의 조치를 실효성 있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외에, 금감원 검사결과를 적극 반영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대형 금융사고 이후 내놨던 우리은행의 조치 계획과 큰 차이가 없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률검토를 토대로 제재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우리은행은 특정인에 의한 지배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은행의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금융관련 법령 위반소지 및 대출취금시 이해상충 여부 등에 대한 법률검토를 토대로 제재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차주 및 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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