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3000억원대의 초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과 관련해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 이에 따라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 CEO의 제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앞서 700억원대의 횡령사고와 1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우리은행도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제재 가능성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남은행 횡령사건 주범, ‘징역 35년형’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씨(52) 등 3명의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은 선고를 내렸다.
앞서 지난해 8월 경남은행에서 3000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 횡령 중 최대 규모다. 경남은행의 투자금융부서 직원인 이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을 횡령했다.
이씨는 한국투자증권 직원 황모씨(53)와 공모해 2014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20차례에 걸쳐 위조·행사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228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등 계좌로 보낸 후 임의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씨 단독으로도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회삿돈 803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파악한 횡령 규모는 78억원이었으나 금융감독원과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횡령 규모는 3089억원으로 불어났다. 검찰이 지난해 9월 이씨를 구속기소 할 때 공소장에 기재한 횡령액은 1437억원이었지만 1652억원의 추가 횡령 사실을 반영해 12월 법원에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씨의 범죄수익은닉을 도운 가족들도 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 이씨의 부인인 용모씨는 이씨의 횡령범행이 발각돼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횡령 자금을 타 계좌로 이체한 후 현금으로 인출하고 일부는 수표로 바꿔 비닐팩에 포장한 후 김치통에 있는 김치 사이에 숨겨두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용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상품권 깡 등으로 범죄수익 은닉을 주도한 이씨의 친형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금융권, 금감원 BNK금융 임원 제재 ‘관심’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BNK금융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3일 금감원은 제19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경남은행의 횡령사고 관련 안건에 대해 논의햇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금감원은 몇 차례 추가 회의를 예고했다.
금융권은 횡령 규모가 상당한데다 경남은행과 BNK금융지주의 내부통제 부실이 명백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예상하고 있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임직원 고강도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당 사고에 대해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PF대출 업무 관련 대출금 지급 등 여신관리, 직무분리 등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며 “해당 사고자가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고위험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 업무에 대한 명령휴가는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여신관리에 있어서 “대출금 지급시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정당계좌(예를 들어 차주 명의의 ‘대출금관리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통제하는 절차가 없었고 대출상환시 업무처리절차를 규정하지 않았으며 대출 실행 또는 상환시 해당 내용에 대한 차주 통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위험관리 및 업무실태 점검 소홀 등 경남은행에 대한 BNK금융지주의 내부통제 통할 기능이 미작동했다”며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서는 자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업무를 지주회사의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검사결과 확인된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우리은행 CEO 제재 가능성
한편 경남은행 및 BNK금융지주 임원의 제재 수위가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서 “우리은행 1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 등 재발 방지를 위해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정확한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횡령에 대한 금융관련 법령상 제재 수준의 적정성 등을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700억원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선 전·현직 임원 11명, 직원 12명이 주의·견책 등의 인적 제재를 받았다. 이번 100억원 횡령에 대해 강한 제재가 예상되는 이유는 거액의 횡령사고 발생 이후 내부통제가 개선되지 않고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700억 횡령 사건 때에 최초 범행 시점인 2012년 이후 10년가까이 횡령사실을 인지 못하다 2022년이 돼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2년 만에 또 다시 1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전 직원이 내부통제 관련 부서를 1년 이상 거쳐가도록 인사제도를 개선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기업여신 처리 과정에서 내부통제의 미흡함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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